스페인의 카탈루냐와 캐나다의 퀘벡, 그리고 벨기에의 플랑드르…. 지난달 부결된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이후 유력한 분리독립 후보로 언론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지역이다.
하지만 잠재적 독립 후보군 중 하나이면서 독립이 가져올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 지역 어디보다 뒤처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그린란드다.
그린란드는 1380년부터 덴마크의 지배를 받다가 1953년 덴마크 자치령으로 바뀌었다. 2009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사법과 행정에 대한 자치권을 갖고 있을 뿐 국방과 외교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덴마크가 쥐고 있다. 통화도 덴마크 크로네를 함께 사용한다.
여기에 더해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는 등 여러모로 영국 내에서 스코틀랜드의 위상과 비슷한 점이 많다. 더구나 알레카 해먼드 그린란드 수상은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살아서 그린란드의 독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평소 공공연하게 덴마크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주창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먼드 총리가 지난주 공금 유용 혐의로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그린란드의 앞으로 독립 움직임과 이에 따른 천연자원의 앞으로 개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해먼드 총리가 2013년 3월 취임 이후 1만8000달러(1925만원)의 공금을 항공과 호텔 경비 등으로 유용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오던 중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해먼드 수상의 불미스런 사퇴로 국정 공백을 맞게 된 그린란드는 11월 28일 선거를 통해 새로운 수상을 선출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덧붙였다.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해마다 33억덴마크 크로네(약 5900억원)의 지원금을 지불하고 있다. 그린란드의 인구가 5만6000명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작은 액수가 아니다.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나 차지한다. 국토의 80%가 얼음으로 뒤덮인(두께가 4km가 넘는 곳도 있다) 그린란드에 덴마크가 이토록 정성을 쏟는 중요한 이유는 원유와 천연가스, 희토류 등 이 지역에 매장된 풍부한 자원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지난해 추정치로는 그린란드에는 전 세계 매장량의 각각 13%, 30%에 달하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묻혀 있으며 금과 다이아몬드, 아연, 납, 우라늄 등도 풍부하다. 여기에 더해 그린란드에 매장된 희토류는 글로벌 수요의 25%를 충족할 수 있는 분량으로 알려졌다. 희토류는 전기자동차와 휴대폰, 첨단 무기 등을 만드는 데 적은 양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란탄, 스칸듐, 이트륨 등 희귀한 광물을 말한다. 현재 중국이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0%, 생산량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덴마크가 소중히 여기는 그린란드의 천연자원은 역설적이게도 그린란드 분리주의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그린란드에서 우라늄과 희토류 채굴은 환경보호와 국가안보를 이유로 1988년 이후 금지된 상태였지만 그린란드 의회는 지난해 10월 24일 찬성 15표, 반대 14표로 개발 제한 규정을 폐지했다.
지구온난화로 얼음 속에 묻혔던 자원 채굴이 쉬워지면서 덴마크 없는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의 최근 보고서로는 그린란드와 인근 캐나다 영토에 속한 북극 지역의 평균 기온은 1979년 이후 10년마다 섭씨 1도씩 상승, 전 세계 평균 상승 속도보다 2배 빨랐다.
해먼드 전 총리는 당시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라늄 및 희토류 개발제한 철폐 조치를 “독립을 위한 위대한 발걸음”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중요하게 여기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4일(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은 그린란드 안에 여러 곳의 미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과 국경을 맞댄 덴마크 정부가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그린란드를 이용해 왔다는 설명이다.
지리적으로 ‘북미’에 속한 그린란드는 캐나다와도 가깝다. 자연스럽게 어업권과 방송권 등 사안은 캐나다의 지역정부와 협의해 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9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방문해 쿠픽 밴더제 클라이스트 그린란드 총리와 한-그린란드 간 자원개발 협력 확대를 위한 총 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1월 그린란드 선거 결과와 이후 정국 운영 방향에 무관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