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의 이름이나 로고를 새긴 ‘짝퉁’ 강아지 옷들.

지난 2월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119㎡(36평)짜리 봉제 공장에 서울시 소속 특별사법경찰관 8명이 들이닥쳤다.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공장 안에는 가로 10~20㎝, 세로 30~50㎝ 크기의 작은 옷 1000여 점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강아지가 입는 옷이었다. 그런데 단순한 옷이 아니었다. 대부분 수입 명품 '샤넬'의 영문자와 함께 로고인 동그라미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바바리' '루이비통' 같은 해외 명품 로고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 '빈폴'의 자전거 로고가 새겨진 옷도 있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끈 모양으로 제작된 민소매 티셔츠도 있었고, 운동복이나 겨울용 패딩 모양도 있었다.

천 조각에 가짜 명품 로고만 단 것에 불과했지만, 이 옷들은 개당 1만3000~3만원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사겠다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8일 이런 강아지 옷을 만들어 판 성모(44)씨 등 10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0년부터 올해 2월까지 가짜 강아지 옷 7만여 점, 9억여원어치 팔았다. 주범인 성씨는 강아지 옷 디자인을 맡았고, 나머지 공범들은 공장을 운영하면서 옷을 만들어 가짜 명품 상표를 붙였다.

도용된 상표는 샤넬, 루이비통, 바바리 등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아디다스, 나이키, 노스페이스, 헬로키티 등 22종이나 됐다. 이들은 이렇게 만들어낸 원가 3000원짜리 옷을 개당 4500~1만2000원에 전국 도매업자들에게 넘겼다. 이렇게 넘어간 옷은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서울 명동,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경기 구리·안산, 부산 등에서 원가의 3~10배로 팔렸다.

이 옷을 산 사람은 대부분 가짜 명품인 것을 알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매자는 대부분 샤넬이나 바바리가 강아지 옷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명품 선호 심리 탓에 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