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노다메 칸타빌레’주인공 우에노 주리(위)와 한국 리메이크판 주인공으로 내정된 윤아.

‘윤아 대란(大亂)’이었다. 클래식 연주를 다룬 일본 인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한국 리메이크판 여주인공이 소녀시대 윤아(24)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지난 7일 나오자, 인터넷은 “원작 주인공(우에노 주리)에 비해 외모·연기력 모두 떨어진다” “원작을 망치지 말라”는 게시글로 들끓었다. 한국 연예 뉴스를 영어로 제공하는 ‘네티즌버즈’ 같은 사이트에서 소식을 접한 외국 네티즌도 항의성 댓글 수백건을 쏟아냈다. 포털사이트 다음은 7~9일 ‘한국판 노다메’를 뽑는 투표도 했다. 1만여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윤아는 400여표를 얻어 꼴찌를 했다.

이번 캐스팅 후폭풍으로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은 "이번 캐스팅 이면엔 '한류 스타'의 인기를 내세운 해외 판권 판매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설리·민호를 내세운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처럼 한류 스타를 앞세워 리메이크했다가 시청률 굴욕을 맛본 예가 숱하고, 지난해 '수상한 가정부'(최지우) '여왕의 교실'(고현정) 등 톱스타가 출연한 4편의 일본 리메이크작이 쏟아졌지만 원작 흥행 수준에 도달한 드라마는 한 편도 없었다.

김평수 한국외대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는 "일본이 옆 나라이긴 해도 우리와 문화·정서적인 차이가 작지 않다"면서 "특유의 만화 같은 컴퓨터 그래픽, 오버액션 등 왜색이 있는데, '노다메 칸타빌레' 역시 이 색깔을 지우면 원작이 훼손되고, 살리면 국내에서 거부감을 살 수 있어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현지화에 앞서 적절한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단 분석이다. '꽃보다 남자'(2009)나 '공부의 신'(2010)처럼 한국에서도 성공한 드라마는 애초에 한국 정서에 맞는 각색이 쉬웠던 작품이라는 것.

리메이크를 해도 ‘사랑 얘기’로만 흘러가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에 대한 지적도 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한국판 가제 역시 ‘칸타빌레 로망스’다. 드라마평론가 공희정씨는 “구태의연하다는 인식 탓에 자칫 드라마 수출 시장의 침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