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에 딱 한 번 등장하는 신라시대 '수수께끼의 절' 미탄사(味呑寺)의 신비가 드디어 풀렸다. 경북 경주시 구황동 미탄사지에서 '미탄(味呑)'이라는 명문(銘文)이 새겨진 기와가 출토됐다. 그동안 추측만 해왔던 미탄사의 위치를 최초로 증명하는 고고 자료이며, 더불어 최치원(崔致遠·857~?)의 옛 집인 독서당(讀書堂) 위치까지 확증하는 획기적인 발견이다.

조계종 산하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정안스님)는 발굴 조사 중인 미탄사지 동·북쪽 사역에서 '미탄'명 기와를 비롯해 강당으로 추정되는 건물터 등 유구(遺構·건축물의 자취), 연꽃무늬·당초무늬가 새겨진 와당류와 인화문(印花紋·도장무늬) 토기 등이 출토됐다고 10일 밝혔다.

경북 경주시 구황동 미탄사지에서 출토된 주요 유물들. 붉은 점선을 확대한 오른쪽 사진은 기와에 새겨진‘미탄(味呑)’명문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현장 보고회에서 자문위원들은 "삼국유사 기록이 유물로 입증됐다"며 흥분했다. 삼국유사의 기이편(紀異篇)에 '최치원은 (신라 왕경 6부 중에서) 본피부 사람이다. 지금 황룡사 남쪽에 있는 미탄사 남쪽에 옛터가 있는데 이것이 최치원의 옛집이 분명하다(致遠乃本彼部人也 今皇龍寺南味呑寺南 有古墟云 是崔侯古宅也 殆明矣)'고 전한다. 북쪽 황룡사를 기준으로 그 남쪽에 미탄사라는 사찰이 있었고, 다시 그 남쪽에 최치원 집이 있었다는 것. 학계에서는 이 기록을 근거로 미탄사의 위치를 지금 자리로 추정해왔다.

차순철 동국문화재연구원 실장은 "출토된 '미탄'명 기와는 고려시대의 기와"라며 "통일신라 사찰인 미탄사가 적어도 고려 때까지 남아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진위 논란이 있었던 독서당까지 현재 위치가 맞다는 게 확인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