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이른바 '경부고속철도 3단계 사업'으로 서울 시내에 지하 KTX 선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최근 관련 연구 용역까지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부고속철도는 2004년 1단계로 서울~대구 구간을 개통했고, 2단계로 2010년 나머지 구간을 개통했다.
3단계 사업은 5년간 1조8000억원을 들여 서울 시내를 통과하는 광명역~서울역~수색역 구간에 KTX 전용 선로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광명역과 수색역 사이 27㎞ 구간 중 △광명역~노량진역 구간은 경부선 지하에 새로 전용 선로를 건설하고 △노량진역~서울역 구간은 기존의 지상 선로를 활용해 전용선을 확보하고, 이어 △서울역~수색역 구간은 다시 지하로 전용선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또 한강 구간은 한강철교 옆에 나란히 복선 철교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안이다.
◇"서울~광명 구간은 저속철"
현재 서울역~광명역 구간은 KTX가 새마을호, 무궁화호, 화물열차, 빈 열차와 뒤엉켜 기존 경부선 선로 위를 달리고 있다. 사업 초기 예산 문제로 기존 경부선 선로를 함께 이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리던 상행선 KTX가 광명역만 지나면 시속 70~80㎞로 서행한다. 오송역에서 광명역까지 102㎞ 구간을 달리는 데 27분이 걸리는데, 광명역~서울역 구간(20㎞)은 15분이나 걸린다.
서울역~광명역 구간의 선로 용량(하루 운행할 수 있는 열차 대수)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이 구간의 선로 용량은 하루 171회인데, 열차 속도를 줄이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의 대기 시간을 늘려 하루 199~214회 운행하고 있다. 선로 용량을 최대 25%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방에 경전선(2010년), 전라선(2011년) 등 새로운 KTX 노선을 개통하고 승객 수요가 늘어도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전라선은 KTX가 하루 7편밖에 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적어도 한 시간에 1편은 운행할 수 있어야 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체 경부고속철도 길이의 5%밖에 안 되는 노선 때문에 나머지 신규 노선의 운행 효율도 절반으로 떨어져 문제"라고 말했다. 한 철도 전문가는 "여러 열차가 뒤엉켜 달리면 대형 사고의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기재부 "수서발 KTX 수요 보고 검토해야"
내년 말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서울역~광명역 구간의 선로 용량이 부족해 추가로 열차를 늘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6년 초 서울 수서발 새 노선을 개통할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교통학회는 작년 12월 "수서발 새 노선이 기존 서울역과 용산역 수요를 20% 정도만 흡수할 것으로 보여 선로 용량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철도 전문가는 "2008년에도 이 문제가 제기돼 논의를 했는데 당시엔 서울 수서발 새 노선을 짓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봤다"며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서울역~광명역 구간의 선로 용량도 늘려야만 수요를 따라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부고속철도 3단계 사업'을 마무리하면 열차 운행 횟수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어 주말과 출퇴근 시간대 좌석난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코레일의 얘기다. 국토부는 KTX 운행 횟수를 늘리면 그만큼 요금도 인하할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본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수서발 노선도 짓고, 지하 KTX 노선도 놓는 것은 중복 투자"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수서발 KTX가 개통하는 2016년 이후 수요를 보고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레일 관계자는 "선로 용량을 늘리는 데는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