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왼쪽 발목 통증을 딛고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26일(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와 볼넷 3개로 3점을 올렸다.
5게임 연속 안타, 타율은 0.309에서 0.310으로 올랐다. 출루율도 0.434에서 0.441로 상승하면서 아메리칸 리그 출루율 1위 자리를 지켰다. 팀도 12-4로 크게 이겼다.
추신수의 투혼이 동료들의 분발을 자극한 것은 아닐까. 추신수의 강한 정신은 '가족 사랑'에서 출발한다.
'가족'이란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 감동이다. 사람들은 '아빠' '엄마'라는 말 한 마디에 눈물을 흘리고 '형제·자매'를 위해 희생한다. 인간은 아무리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가족의 힘으로 버티고 가장 먼저 달려가 2배의 기쁨을 나눈다. 그것이 가족이다.
가족의 힘은 위대했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조차 버티기 힘들었던 선수를 메이저리그 ‘1억 달러의 사나이’로 만든 주인공은 가족이다. 바로 ‘추추 트레인’ 추신수의 가족 이야기다. 이제는 가장이 보답할 때. 추신수는 자신의 오른팔에 가족의 이니셜을 새기고 가슴에 품었다.
지난 24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리는 코메리카 파크. 경기 전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추신수의 팔에 눈이 갔다. 화려한 문양의 문신은 그림같았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였다.
추신수에게 부탁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SWMGS’라고 쓰여 있었다. 신수, 원미, 무빈, 건우, 소희.
추신수의 다섯 식구의 이니셜을 모아 디자인한 것이다. 원정경기가 많아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추신수는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무엇보다 24시간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싶었다.
그에게 ‘가족’은 특별하다. 추신수는 부산고 시절 한국 프로야구의 전 구단이 탐냈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길은 메이저리그였다. 모든 야구선수들의 꿈인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기회의 땅’ 미국으로 건너갔다.
지금은 메이저리그가 인정한 ‘스타’지만, 시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추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며 가난과 부딪혀야 했다. 원정경기에 가면 5달러짜리 피자 한 판을 사서 3일간 2조각씩 나눠 먹었다. 또 첫째 무빈이의 기저귀 값을 위해 구단에서 지급된 하루 원정비 12달러를 모았다.
어쩌다 메이저리그로 승격되면 대수비나 대주자로 나섰다가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왔다. 눈에 띄는 활약을 해서 다시 올라가면 스즈키 이치로, 데이비드 델루치 등과 맞물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초반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한국 언론들도 등을 돌렸다. 외로움 속에서 무관심과도 싸워야 했다. 그때 추신수를 믿고 기다려준 건 가족뿐이었다. 그에게는 가족 이외에 아무도 없었다.
200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됐다. 오히려 역전의 기회였다. 추신수는 이적 후 두각을 드러내며 급부상했다. 2008년 98개 안타를 때려 2004년 최희섭(당시 LA 다저스)이 세운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 시즌 최다 안타(86개)를 넘어섰다.
다시 언론이 추신수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잘 했을 때보다 실수를 더 부각시켰다. 어긋난 관심이 그에게는 상처로 돌아왔다. 이를 보듬어준 것도 가족들이었다.
그의 위상은 다시 높아졌다. 2012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한 추신수는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대어로 다수의 명문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추신수가 선택한 곳은 텍사스. 1억3000만 달러에 계약한 추신수는 돈이 아닌 가족을 선택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도시인 텍사스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추신수는 “내가 좋아해서 야구를 시작했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한 목표 때문에 전진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가족이 생겼다. 이후 목표가 바뀌었다. 외국에 살면 힘든 점이 많다. 금전을 떠나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그들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다. 이젠 가족을 위해 야구를 더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에피소드…
“평생 배우자로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돈이 아주 많은 남자이고, 다른 한 명은 정말 사랑하는데 몹시 가난하다.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나는 선택을 받았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나를 아내가 끌어 안아줬다. 다시 태어나더라도 내 아내를 선택하겠다.” 추신수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