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총선에서 5년 만에 정권 탈환을 노리는 영국 노동당에 최근 비상이 걸렸다. 한때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라이벌 보수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4%포인트 안팎까지 줄어든 것이다. 에드 밀리밴드(45) 대표는 '중간층 표심 공략'을 위해 노조 개혁과 긴축정책 등을 도입했지만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강력한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밀리밴드가 새롭게 빼든 카드가 미국의 선거 전략 전문가 데이비드 액설로드(59) 영입이다. 액설로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원 의원 시절이던 2004년부터 오바마의 선거 전략을 전담했던 최측근이다. 2008년 미 대선 때 '예스 위 캔(Yes, We Can·우린 할 수 있다)'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오바마에게 두 번의 대선 승리를 안겼던 그에겐 '선거의 귀재' '오바마의 오른팔' 등의 별명이 따라붙는다. 영국 선거판에 뛰어든 액설로드는 "중산층이 계속 쪼들리는 것은 미국·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선진국 경제의 문제"라며 "영국 노동당은 오바마가 그랬던 것처럼 '보통 사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액설로드가 맞상대할 보수당의 선거 참모도 '오바마의 측근'이었던 미국의 선거 전략가 짐 메시나(45).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오바마 재선(再選) 선거 캠프 본부장 출신이자 미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을 지낸 메시나를 선거 참모로 지난해 8월 발탁했다. 메시나는 "오랫동안 캐머런을 존경해 왔다"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활용을 포함해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오바마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리던 두 사람이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 '경쟁자'로 만나는 것이다.

사실 액설로드와 메시나는 오바마 캠프에서도 라이벌로 꼽혔다. MSNBC방송 에디터인 리처드 울프는 지난해 발간한 책 '메시지'에서 "액설로드가 메시나를 캠프에서 밀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결국 자신이 밀려났다"고 폭로했다.

영국 정당들이 미국의 선거 전략가 영입에 잇달아 나선 것은 미디어 선거 전략이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선거 광고는 1950년대, TV 토론은 1960년대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은 TV 토론이 2010년 도입됐을 만큼 미디어 선거 역사가 짧다.

선거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역할이 커진 것도 오바마 참모 영입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 중 하나다. 내년 영국 총선에서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바마는 2012년 대선 당시 자신의 연설 일정을 알리고 핵심 정책을 전파하기 위해 트위터를 적극 활용했다.

보수당과 노동당이 오바마 참모를 고용한 것은 중간층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BBC방송은 "오바마는 경제 위기 속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며 "영국 보수당은 이런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좌파 선거 전략가인 메시나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노동당은 2012년 미 대선 때 오바마 캠프가 공화당을 '엘리트의 정당'으로 몰아붙여 중간층을 공략했던 선거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액설로드는 중간층이 좋아하는 정치·경제적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