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를 펴내는 한 출판사가 "교과서 채택 과정에 불법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폭로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펴내는 출판사 중의 한 곳인 리베르스쿨은 23일 보도자료 내고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출판사와 총판이 학교에 채택비를 건네고, 교사용 지도서와 학습 보조 자료가 담긴 CD를 배포하는 등 불법행위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왜곡된 시장에서 총판망과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신생 교과서 출판사는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리베르스쿨 측은 "검정 심사에서 90점을 상회하는 최고점을 받은 우리 교과서가 정작 일선 학교 채택률은 최하위 수준인 4.7%에 그쳤다는 사실은 현재 교과서 시장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A출판사와 총판이 자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해달라며 부산의 한 학교에 300만원을 준 정황과 교사들에게 건넨 지도서·CD·수업 지도 자료집·문제집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리베르스쿨은 공정거래위원회에 A출판사 등을 상대로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리베르스쿨은 올해 처음으로 검정(檢定)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출판했다. 이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전국 1715개 고등학교 가운데 76개가 채택했다.
교육부의 '검·인정 교과서 선정 매뉴얼'에 따르면, 출판사나 총판은 교과서 선정을 부탁하며 학교에 금품은 물론 참고서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교과서 선정 과정에 돈이 오가는 등 출판사의 영업력이 교과서 채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박찬영 리베르스쿨 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A출판사 등의 부당 행위에 대한 민원을 지난 2월 교육부에 제출했지만 아직 처리 결과를 듣지 못하고 있다"며 "출판사들의 불법 영업이 교과서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데, 교육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 교과서 채택 과정의 불공정 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해당 출판사와 학교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한편 국내 69개 검·인정 교과서 출판사 모임인 '한국검인정교과서'는 지난 20일 "교육부의 교과서 가격 조정 권고안이 제조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며 "가격이 정상화될 때까지 교과서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