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엄마의 3월은 거의 '패닉'이다. 담임은 어린이집 교사와는 '포스(force)'부터 다르고, 교실엔 규율과 권위의 냄새 물씬하다. 매일같이 날아드는 가정통신문과 숙제는 왜 그리 많은지. 여기에 아이의 폭탄 같은 한마디가 불을 지른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책을 골라봤다.
학교가 뭐가 무섭담!(비룡소)은 입학 첫날의 등굣길을 판타지로 풀어낸 '로드 무비'다. 학교에 대한 어마어마한 두려움을 안고 집을 출발한 티보는 등굣길 곳곳에 나타난 악당 무리를 아빠가 만들어준 '마법의 칼'로 무찌른다. 물론 '악당'들은 티보의 심리 상태다. 공룡으로 보이는 옆집 강아지. 쓰레기차는 눈 네 개 달린 괴물로 둔갑했다.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집 할머니도 티보 눈엔 자기를 괴롭히려는 마귀할멈으로 보인다. 그래도 티보는 짐짓 용감한 척한다. "학교 따위, 하나도 겁나지 않아!" 교실 문으로 들어서는 티보에게 엄마가 말한다. "엄마는 마귀할멈도 안 믿고 괴물도 안 믿어. 하지만 너는 믿어. 넌 칼이 없어도 용감한 아이라는 걸!" 학교에 대한 두려움, 부모가 먼저 걷어내야 한다.
나이 많고 까다로워 보이는 담임선생님을 만났다고 기죽을 이유도 없다. 우리 선생님을 돌려주세요(시공주니어)는 예쁜 20대 여자 선생님도, 삼촌처럼 멋진 총각 선생님도 아닌, 오랑우탄처럼 못생긴 할머니 선생님을 만난 또실이가 학교 가기 싫다며 징징대는 이야기다. 게다가 선생님은 엄격하기까지 하다. 수업 시간엔 오줌을 참아야 하고, 떠들어서도 안 되고, 손톱을 물어뜯어서도 안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사라졌다. 몸이 아프시단다. 아이들은 환호한다. 손 씻지 않고 밥을 먹어도, 글씨를 삐뚤빼뚤 써도 혼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허전하다. 아예 돌아오시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새 정이 든 걸까? 선생님의 역할, 그리고 규칙의 중요성에 대해 자녀와 이야기해볼 만한 주제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서툰 아이라면 다 함께 으랏차차!(좋은책 어린이)를 읽어보자. 혼자서도 뭐든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준서는 자꾸 짝이랑 뭘 하라고 시키는 선생님이 이상하다. 짝꿍도 걸핏하면 같이 놀자고 졸라대서 성가시다. 그런데 키도 작고 뚱뚱한 도현이는 반에서 인기가 많다. 착하고, 양보도 잘하고, 친구들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양보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팽배한 요즘, 혼자 잘난 척하고 사는 것보다 서로 돕고 어울려 사는 세상이 훨씬 따뜻하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책. 자녀 성격에 따라 친구 사귀는 법을 좀 더 알고 싶다면 학교에서 사귄 첫 친구예요(밝은미래)가 도움이 되겠다.
나도 백점 맞고 싶어(푸른숲주니어)는 점수로 아이를 평가하는 어른들 가슴을 뜨끔하게 한다. 별안간 덧셈뺄셈 시험을 보겠다는 선생님 때문에 1학년 1반엔 대소동이 일어난다. "시험은 정말 싫어!" 아이들은 외치지만 선생님은 꿈쩍도 안 한다. 그런데 겨우 1개밖에 안 틀린 미즈노가 울음을 터뜨린다. 100점을 맞지 않으면 엄마가 자기와 말도 하지 않을 거라면서! 늘 빵점만 맞는 구로사와에겐 어안이 벙벙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반 아이 모두가 100점을 맞을 때까지 같은 시험을 계속 보는 것이다. 아이들의 행복은 성적이 아니라 우정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