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앨범 타이틀이 [G I R L] 이다. 모두 대문자에 글자마다 두 칸이 띄어져 있다. 여자들에게 경의를 표현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이야기할 것이 많아졌다."

미국의 가수 겸 프로듀서 퍼렐 윌리엄스(41)는 소니뮤직과 e메일 인터뷰에서 8년 만에 발표한 솔로 앨범 '걸(GIRL)'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걸'에는 할리우드 스타 메릴린 먼로(1926~1962)의 이름에서 따온 첫 트랙 '메릴린 먼로', 미국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33)와 함께 부른 '브랜드 뉴(Brand New)', 지난 3일 '제8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던 애니메이션 '슈퍼배드2'의 '해피' 등 총 10곡이 실렸다.

단순히 따지면 윌리엄스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이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번 앨범은 "내 자신에 관해 이야기한 앨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자에 관한 내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노래를 부르는 것도 괜찮다. 지금까지 나에게 잘 해준 사람들에게 바치는 시 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나의 보스와도 같은 사람들이며 많은 도움을 준 사람들이다. 그들 모두를 사랑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는 소문이 있다. "개인적으로 여자들이 일을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일하기엔 아주 뛰어난 사람들이다. 그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인정했다.

목욕 가운을 입은 여성들과 함께 한 앨범 커버 사진이 눈길을 끈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내가 여자들 뒤에도 앞에도 서 있지 않다. 옆에 서 있다. 마치 그들이 나를 그들의 클럽의 일원으로 허락한 것처럼. 목욕 가운도 그런 의미이다. 그들의 세상으로, 그들의 클럽으로 들어오게 허락한 것이다. 그래서 앨범 타이틀을 [G I R L]이라고 지은 것이다."

이번 앨범 모든 수록곡 전부가 여성에 대한 경의다. "여성은 내 음악적 영감이다. 스펙트럼 같은 것이다. 나의 응큼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여자들의 눈, 입술, 몸매, 곡선들에 대한 감탄에서 출발했는데 가슴 깊은 곳엔 그들이 우리 종족에게 어떠한 의미인지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여자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여겼다. "우린 그것을 바꿔야 하고 또 바뀔 것이다. 사람들은 여자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말이 안 된다. 그 지시를 내리는 사람들은 어디서 왔나? 여성에게서 태어났다."

지난해 최고 히트곡인 프랑스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의 '겟 러키(Get Lucky)'와 미국 R&B 가수 로빈 시크(37)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에 참여했다.

이 곡들이 히트를 할 줄 알았을까.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이런 일은 내 자신이나 동료들에게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이런 것은 쉽게 보장되지 않는 일이다. 우리가 해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모두가 해낼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순간이 굉장히 좋다."

특히 '겟 러키'에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1970년대 풍 디스코와 펑크가 깔려 있다. "두 요소는 당신들을 그냥 움직이게 만들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냥 내가 작업할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답했다. "그냥 조금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나 조금 업그레이드를 시킬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본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항상 재미 있다"며 즐거워했다.

'올해의 프로듀서' 부문을 비롯해 총 4개 트로피를 거머쥔 지난달 제5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쓰고 나온 독특한 모양의 모자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모자를 e베이 경매에 내놓았다.

"그 모자에 대해 말이 많았다. 그렇게 많은 말들이 나오는데 그럴 바에는 그냥 기부를 하는것이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내놓았다. '해피' 후렴구의 첫 문장이 '지붕 없는 방'(Clap along if you feel like a room without a roof)이다. 당신의 방에 천장이 없다는 뜻이다.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긴 모자가 그런 의미가 아닐까?"

현재 경매가가 1만1600 달러(약 1241만원)를 기록 중이다. "그냥 팔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자선단체에 기부하려는 목적을 이루는 것이니."

그래미어워즈에서 이슈가 됐다. "그 질문은 비비안 웨스트우드에게 해야하지 않을까? 그분의 모자니까. 나는 그저 모자를 썼을 뿐이다. 디자인을 한 사람이 아니다. 30년 전에 만든 모자가 이슈가 된 것을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반문했다.

버지니아 비치 출신인 윌리엄스는 10대 시절부터 음악 신동으로 통했다. 채드 휴고(40)와 결성한 프로듀서팀 '더 넵튠스'로 프로듀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의 손을 거친 음반들의 판매량을 합치면 1억장이 넘는다. 디자이너, 미술가 등과 컬래버레이션부터 루이뷔통, 몽클레어와 같은 유명 브랜드 제품들의 액세서리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한다. 섬유 기업, 유튜브 채널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아이 앰 아더(I am OTHER)'라는 자신의 브랜드로 팝 컬처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도대체 못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 많다"면서 "그냥 지금까지 잘하는 것들 위주로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내가 첫 눈에 반한 것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 요리 같은 건 못한다. 아마 부엌을 다 태워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