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승현(27)이 '싸움닭'으로서의 이미지를 되찾아가고 있다.
올 시즌 전훈 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나승현은 김해 상동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올 시즌을 벼르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뒤 2006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나승현은 데뷔 첫해 뒷문을 지키며 16세이브(평균자책점 3.48)를 거둬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렸다. 고졸 새내기 답지 않게 두둑한 배짱은 단연 돋보였다. 소방수 구인난에 허덕였던 롯데에 한 줄기 희망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2007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부진 탈출을 위해 투구 자세를 바꾸는 등 여러가지 시도를 해왔지만 이렇다할 효과는 없었다. 경찰청 야구단에서 병역 의무를 마치고 지난해 복귀했으나 그가 설 자리는 그리 넓지 않았다. 단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나승현은 지난해 연봉 4200만원에서 23.8% 삭감된 3200만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반면 나승현과 고교 시절 투수 랭킹 1,2위를 다투던 류현진(LA 다저스)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14승 8패(평균자책점 3.00)를 거두며 '코리안 몬스터'의 위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올해 만큼은 다르다. 'AGAIN 2006'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정인교 롯데 2군 감독은 "작년과 다르다. 전성기 구위를 되찾아가고 있다"고 나승현의 구위 회복 조짐에 반색했다. 이어 그는 "작년에는 타자들이 치기 쉽게 들어왔는데 요즘 보면 공끝이 살아 있다. 무브먼트도 좋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보다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더욱 더 진지해졌다"는 게 정인교 감독의 설명.
정인교 감독은 "선수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며 "코치는 선수가 최상의 기량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 존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나승현이 어느 만큼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나승현이 입대하기 전만 해도 롯데 투수 가운데 사이드암 계열은 임경완, 배장호, 나승현, 이재곤 뿐이었다. 이후 사이드암 계열 투수들이 대거 가세했다. 김성배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왔고 정대현이 롯데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홍성민이 김주찬(KIA)의 FA 보상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아직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 간다면 시범경기 때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그가 어느 만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