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층 빌딩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전경

지상 828m, 160층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가 지난 4일로 완공 4년을 맞았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땅에서 하늘로 치솟은 현존 최고(最高) 마천루다. 탄생 때부터 ‘중동의 꽃’이란 찬사와 함께 부동산 개발 거품이 빚은 ‘사막의 신기루’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이 마천루의 몸값이 다시 치솟고 있다.

부르즈 칼리파는 그 전에도 글로벌 경제의 바람에 요동쳤다. 2005년 1월 착공 때부터 9년이 지난 2014년 1월까지, 세계 경제 부침의 궤도를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제 세계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아파트 값도 다시 솟구치기 시작했다.

6일 걸프뉴스와 콘스트럭션위크 등 중동 언론은 국제 공인 부동산평가컨설팅 업체 클루톤스의 자료를 인용, 부르즈 칼리파의 아파트 시세가 1제곱피트 당 3750디르함(108만원)을 호가한다고 보도했다. 1평(3.3㎡) 당 3834만원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보다 50%가 오른 값이다. 작년 한해만 25%가 올랐다.
두바이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제곱피트 당 1359디르함(39만원), 평 당 1385만원 수준인 데 비교하면 2.5배에 달하는 비싼 값이다.

부르즈 칼리파 아파트값은 2010년부터 본격 반등하기 시작했다. 클루톤스에 따르면, 입주가 시작된 2010년 1월부터 최근까지 연평균 13.6% 정도씩 올랐다. 스티브 모건 클루톤스 중동지사장은 “두바이 경기 회복이 눈에 띄면서 부동산 투자가 꾸준히 늘어난 것이 가격 상승에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 펜트하우스는 농구 코트 5개 넓이

부르즈 칼리파는 호텔과 아파트, 사무실로 구성된 복합 빌딩이다. 1∼39층은 호텔, 40∼108층은 고급 아파트, 109층 이상은 사무실이다.

단연 최고가는 고층부의 펜트하우스다. 면적부터 1000~1950㎡(300~590평)에 이른다. 정규 농구 코트(420㎡)가 2개 반부터 많게는 5개 가까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이다. 가격은 조망 내용에 따라 평 당 4500만~9000만원 선이다.

현지 온라인 생활정보 매체 두비즐닷컴에는 침실 16개짜리 1950㎡ 면적의 펜트하우스가 매물로 나와있다. 값은 9327만디르함(약 270억원)으로 매겨져 있다. 평 당 4500만원 선이다.

침실 16개에 파노라마 조망까지 누릴 수 있는 1430㎡(430평)짜리 펜트하우스는 매매가가 375억원. 평 당 8700만원 선이다.

비싸기는 월세도 마찬가지다. 어지간한 급여생활자는 꿈도 꾸기 어려운 액수다. 침실 2개인 158㎡(48평)짜리는 조망 향과 배치 가구 등에 따라 월 600만~850만원은 내야 한다. 침실 3개짜리 220㎡(67평)는 월세가 1000만원에 육박한다.

사무실 매매가도 강세다. 1제곱피트당 6300~8000디르함(3.3㎡ 당 6400만∼82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 2020 엑스포 유치도 호재

부르즈 칼리파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고 하지만, 정점을 찍었던 2008년 8월 시세(1제곱피트 당 9000디르함, 3.3㎡당 9150만원)에는 아직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르즈 칼리파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 주택 가격도 지난 1년간 평균 30%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두바이 부동산 시장에는 거품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다급해진 두바이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 거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거래세를 2배로 높였다. 담보대출의 상한도 제한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당분간 두바이 부동산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CBRE는 “두바이가 중동 최초로 2020년 엑스포 유치를 확정지은 것이 부동산 시장을 달구는 호재가 될 것”이라며 “올 한 해 부동산 열기를 이끌 주요 인자 중 하나”라고 했다.

부르즈 칼리파는 원래 이름이 ‘부르즈 두바이’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듬해에 두바이가 모라토리엄(채무 상환 유예)을 선언하자 아부다비가 재정 지원에 나섰다. 두바이는 이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준공 직전 아부다비 왕의 이름을 따 부르즈 칼리파로 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