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나무는 정말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목조건축용 소재일까. '우리 것이 최고'라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민족주의적 환상'은 아닐까.
강호양 충남대 교수는 "국산 소나무는 옹이 때문에 뒤틀림이 많고 시간이 지나면 균열이 생기는데 미송(美松)은 옹이가 적어 갈라짐이 덜하다"고 했다. 숭례문 종합점검단원인 서울대 산림과학부 이전제 교수도 "미송은 국산 소나무처럼 심하게 갈라지진 않는다"고 했다.
더글러스 퍼, 즉 미송은 소나무보다 강도가 뛰어나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산 소나무와 미송의 종(縱)압축강도(위에서 누르는 힘을 견디는 강도)는 각각 430㎏f/㎠과 510㎏f/㎠. 기둥으로 썼을 때 건물 무게를 견디는 힘이 더글러스 퍼가 국산 소나무보다 강하다는 얘기다.
휘거나 구부러지게 하는 외부 압력에 견디는 힘(휨강도) 역시 국산 소나무 747㎏f/㎠에 비해 미송이 897㎏f/㎠로 높다. 굵고 긴 나무를 옆으로 뉘어서 쓰는 창방, 보 등의 부재에도 소나무보다 미송이 더 우수하다는 뜻이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북미산 더글러스 퍼는 유기질이 많은 산성 토양, 볕이 잘 들고 습하지 않은 기후 조건 등 생육 조건이 한국보다 좋다"며 "국산 소나무와 재질이 비슷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미송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국산 소나무의 강점도 있다. 강호양 교수는 "국산 소나무는 미송보다 송진을 50% 더 많이 함유하고 있어 기둥으로 쓰일 경우 송진이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반면 박상진 교수는 "목재의 수명을 늘릴 만큼 송진의 양이 많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건축에도 '신토불이'가 있다면 우리 건축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우리 나무이고, '옹이'가 자연스러운 미감을 더한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