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에 건립 중인 123층짜리 제2롯데월드에서 승강기와 계단을 이용한 피난 시간은 1시간 3분으로 나타났다.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피난 시간은 1시간 58분으로 늘어난다. 대규모 화재나 테러가 발생했을 때,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 모두 대피할 때까지 1∼2시간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점차 도시가 수직화되고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면서, 초고층 빌딩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재나 테러 발생 시 대피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축법상 30층 이상은 고층 건물, 50층 이상은 초고층 건물로 분류된다.

초고층 건물의 피난 시간은 평균 1∼2시간

전 세계의 유명 초고층 빌딩의 경우, 대부분 피난 시간은 1∼2시간 정도다. 9·11 테러로 붕괴됐던 미국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대피 시간은 약 1시간 54분(114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는 충돌 직후부터 붕괴까지 1시간 46분 동안 상당수의 사람을 대피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101층인 대만 타이베이 101 타워는 59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는 대피 시간이 1시간 29분(89분)으로 알려졌다.

주요 초고층빌딩의 대피 시간.

우리나라의 초고층 건물도 비슷하다. 63빌딩의 경우 재난 발생 장소에 따라 20~4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들어선 여의도 IFC는 25분으로 추산됐다. IFC의 경우 대부분 사무용 건물이라 입주자 수가 적어 대피 시간도 짧게 소요된다.

헬기 구조는 예외적

지난 2010년 부산 해운대의 우신 골든 스위트 화재 사고 당시에는 헬기가 주민 9명을 구조한 일이 있었다. 방재 전문가들은 "이런 극적인 구조 장면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고 말한다. 특히 해당 건물은 38층이어서 '초고층'이 아니었음에도 당시 헬기 조종사들은 고층건물이 밀집한 지역이라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빌딩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구조 헬기 운용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신성우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는 "초고층 빌딩의 경우 건물 주변에 와류(渦流)가 형성돼 헬기 같은 소형 비행체의 운항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의 경우 안개나 구름 위까지 건물이 솟기 때문에 헬기의 시야가 가려져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 1977년 미국 뉴욕에선 팬아메리칸 빌딩에 착륙하려던 헬기가 건물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중국에서는 초고층 빌딩에 헬리포트(헬기 착륙장)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부터 첨탑빌딩의 옥상 헬리포트 설치 의무화 규정을 삭제했다.

게다가 최근엔 전 세계적인 높이 경쟁이 벌어지면서 건물 꼭대기가 첨탑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초고층 빌딩 옥상 헬리포트 설치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이 지은 부르즈 칼리파에도 헬리포트 대신 첨탑이 올라갔고, 제2롯데월드에도 헬리포트가 없다.

피난대피구역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게 최선

전문가들은 초고층 빌딩에 화재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건물 내의 피난대피구역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충고한다. 섣불리 건물 위쪽이나 지상으로 대피하다간 오히려 연기에 질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영호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최근의 초고층 건물엔 방화벽과 이중·삼중문으로 무장한 대피구역이 5∼10개 층씩 있다"며 "이곳은 화재가 발생해도 바깥과 완전히 차단되므로 가장 가까운 피난대피구역을 찾아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