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인 솔로몬제도의 한글 보급 사업이 자금부족으로 올해 7월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솔로몬제도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한글 표기(表記)를 도입한 나라이다.

7일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 등에 따르면 2012년 10월 솔로몬제도의 중심지역인 과달카날주와 말라이타주 2곳에서 한글을 표기문자로 도입하기로 한 사업이 현재 자금부족 등을 이유로 잠정 중단됐다고 문화일보가 7일 보도했다.

인문정보연구소와 유엔글로벌콤팩트(UNGC·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국제 협약) 한국협회가 이곳의 토착언어 소리를 한글로 표기하고 한국의 창작동화, 토끼전 등이 담긴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을 진행하면서 한글 보급 사업을 시작했지만 1년여 만에 사업이 중단된 것이다.

인문정보연구소장인 이호영(언어학) 서울대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년에 2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정부에서 조달받지 못해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의 예산 7000만원 정도를 들여 2개 주에 한글 교과서를 만들어 보급해왔는데 더 이상 자금 지원이 없어 운영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호영 교수는 또 “한 교사의 건강문제로 말라이타주에서는 3개월 만에 사업이 중단됐다가 이후 올해 7월까지만 수업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과달카날주에서도 자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문정보연구소 등은 한글 보급 사업뿐만 아니라 빗물을 활용한 식수 문제 해결, 마을 숲 보존과 복구를 통한 환경 변화 대처, 모어(母語) 기반 교육을 통한 문맹 퇴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5W(World, Weather, Water, Wisdom, Welfare)’ 프로젝트 차원에서 솔로몬제도에 한글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5W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지인 솔로몬제도의 한글 도입이 중단되면서 5W 프로젝트 전체의 추진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은 2009년 한글을 공식 표기문자로 도입했지만 3년 만에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과 현지 유일 한국인 교사가 철수를 결정하면서 한글 보급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가 올해 1월부터 교육이 재개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