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강서정 기자] 대중문화에서 '홍자매(언니 홍정은-동생 홍미란) 드라마'는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그 만큼 대중이 그들의 드라마를 좋아하고 관통하는 특징을 발견했고, 그들 자체에 호기심을 갖는다. 유일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례적으로 친 자매들이 쓰는 이 드라마들은 항상 유쾌 경쾌 사랑스럽게 보는 이를 기분좋게 만든다.

홍자매 드라마는 판타지 적인 요소와 감수성이 결합된 로코 형식들로 고전이나 연애 소설에서 있을 법한 캐릭터들을 현실 세계로 끄집어 내 새롭게 재창조해냈다.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게 같은 이들. 하지만 끊임없이 양극단의 선택에서 고민한다고 했다. 그것은 무엇일까?

(홍자매 작품들: KBS 2TV '쾌걸 춘향', SBS '마이걸', MBC '환상의 커플', KBS 2TV '쾌도 홍길동', SBS '미남이시네요',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MBC '최고의 사랑', KBS 2TV '빅', SBS '주군의 태양')

- 홍자매 스타일이란 게 정립된 것 같다.

(홍미란) 대중 문화에서 하나의 색깔인 것 같다. 특색있는 맛이 있으면 브랜드가 되듯이 색깔이 있는 건 나쁜게 아닌 것 같다. 9개를 했는데 색깔이 확실하게 있으면서 가려면 완전히 뒤집어엎을 수는 것 같다. 색깔이 분명한건 '왜 저래 쟤네'라는 반응이 있을 수 있는건데, 색깔을 가지고 가면서 변화를 주는게 중요하다. 아무래도 우리는 시청자들에게 선택을 받는 입장이고 보게 만들어야 하니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홍정은) 고민이, 우리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아하게 하느냐, 안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게끔 넓혀야 하느냐다. 즉 색깔을 진하게 가느냐 넓게 가느냐의 문제인데 동시에 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이번 드라마에 귀신을 넣은 것도 어린 층부터 노년층까지 흡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한 거다. 항상 둘 사이에서 고민하다. 가장 큰 화두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만들건지.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드는 드라마를 만들건지.

(홍미란) 귀신 보는 여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을 때 다들 걱정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사람들한테 이해받기 위해서 노력했다. 우리 둘이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밑도 끝도 없이 마니아적으로 가는 것 같다. 스스로가 그러지 말자고 한다. 5회에서 주중원이 ‘갈거야?’라고 멋있게 끝났다. 강우(서인국)와 삼각관계로 나가는 게 아니라 바로 다음 신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간 게 아닌 건 우리의 색깔 쪽으로 간 거다. 그냥 삼각관계로 가는 건 보통의 로코다.

- 배우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작가 스타일인가?

(홍정은) 아니다. 주로 감독님을 통해서 얘기한다. 시놉, 대본리딩 때 보고 왠만하면 안 보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을 보지는 않는다.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게 아니라 성향 자체가 그렇다. 배우는 개인. 사람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캐릭터다. 소지섭이 아닌 주중원이고, 공효진이 아니라 태공실이다. 공효진과 태공실 사이에 갭이 있고 주중원과 소지섭과 사이에 갭이 있기 때문에. 주중원을 만드는 감독님과 얘기하는게 작업하는게 편하다.

대중이 스타를 보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게 깨지면 날라가지 않나. 우리 머릿속에 있는 하나의 캐릭터는 그 사람이 아니다. 가끔 쫑파티 때 보면 깰 때가 있다. 캐릭터가 아니라 사람이구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다른 성향의 작가들이 있는데 많은 소통을 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도 분명있다. 우리가 그런 방식이라는 거지 맞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른 드라마들도 챙겨보나?

(홍정은) 워낙 TV를 좋아해 첫 회는 거의 다 본다. 일이다 보니 일부러 보기도 하고, 본방사수 못 한 것들은 찾아서 본다.
(홍미란)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는 다 챙겨봤다.

- 깨알 패러디를 보면 많은 대중 문화를 접하는 것을 알겠는데

(홍정은) 여행을 가더라도 음악 듣고 책보고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책을 보면 쌓아놓고 본다. 소설을 많이 본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일을 하면서 고통스럽지는 않다. 둘이서 놀다가도 '이 얘기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라고 얘기한다. 그런 것들이 뭉치면 시놉이 되기도 하고. 쌓아놓은 시놉도 있고 그것들이 변화가 되기도 하고.

(홍미란) 대본을 쓴다는 느낌보다는 얘기를 지어내고 말을 지어낸다. 문장이 떠오르면 문장을 쓰는 게 아니라 얘기를 만드는 거다. 얘기 지어내는 작업은 되게 힘든 것 같은데 재미있다. 그래서 이 직업이 잘 맞는다.

- 자매들 중에 두 사람이 유난히 잘 맞는 건지? 마찰은 없나?

(홍정은) 네 자매 다 두루두루 친하다. 다 가까이 살고 친구같이 지낸다. 둘이 성격은 정말 다르지만 서로 왜 이 부분에 대해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설명하거나 변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싸울 일이 없다. 초창기 싸웠던 거는 작업 스타일에서 ‘너는 왜 먼저 자’ 이런 점이였다. 집안 일상사로 부딪히는 거 말고는 10년 같이 하다보니까 이제는 그런 것도 없다.

(홍미란) 마찰? 더 재미있게 만들려고 애기를 하는 것이고 대사를 더 좋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싸우지는 않는다. 둘이 성격은 달라도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건 완전히 같기 때문에 서로 부딪히지는 않는다. 그게 부딪히게 되면 못 한다. 그 부분은 확실히 같다. 남끼리 하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는 이 시스템에 맞춰져 있다. 정서적인 부분은 태어났을 때부터 같이 살아서 그런지 비슷하다. 둘 다 예능프로그램을 해봤기 때문에 안다. 서로 작가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데 그 아이디어를 눈치껏 내야 하는 게 쉽지 않고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 지도 어렵다. 잘 해도 욕먹고 잘 못해도 욕먹는 등 사람들의 관계가 있는데 우리는 자매라서 그런 게 없다.

(홍정은)서로 이상한 말을 한다고 해도 서로 창피해 한다든지 그런 게 없어서 되게 편하다. 우리끼리 하는 대화를 보면 정신병자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얘기를 하면서 얘기가 만들어진다. 남하고는 절대 안 된다. 남하고 하면 작업시간도 정해져 있어야 하고 서로 예의도 지켜야 한다. 다만 서로 견제를 해서 갈 수 있지만 우리는 한 번 빠지면 한 길로 빠진다. 서로 견제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재미있는데 다른 사람도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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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 드라마 포스터들, 홍자매(왼쪽 홍미란-오른쪽 홍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