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나이반도 북동부 라파에서 11일(현지 시각) 이슬람주의 단체의 연쇄 자살 폭탄 공격으로 최소 6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현지 일간 알아흐람이 보도했다. 이집트 보안 당국은 이날 오전 폭탄을 실은 차량 2대가 연달아 라파군 정보본부 건물과 인근 검문소를 들이받아 폭발했다고 밝혔다.
군 대변인은 "차량 자폭으로 군시설 일부가 무너지자 무장 괴한들이 대전차 유탄발사기(RPG)로 추가 공격을 하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알카에다 연계단체 '안사르 베이트 알마카디스'는 이날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최종 타깃"이라고 했다. 엘시시 장관은 지난 7월 3일 이들이 지지하는 무함마드 무르시를 대통령직에서 축출한 현 정권의 실세다.
관광·휴양지가 있는 이스라엘 접경지역 시나이반도는 무르시 축출 후 이슬람주의 단체의 테러가 끊이지 않아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19일 라파에서는 무장단원 수십여명이 RPG 공격을 퍼부어 경찰 2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며칠 뒤 경찰 간부는 순찰 중 암살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군부가 집권한 뒤부터 이슬람주의 세력들이 시나이반도를 기반으로 반정부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어 우려된다"고 11일 보도했다.
실제로 시나이반도 광야와 산악을 근거지로 삼은 '안사르 베이트 알마카디스'는 지난 5일 카이로로 넘어가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을 타깃으로 폭탄 테러를 벌였다. 당시 이브라힘 장관은 가까스로 피했으나 주변 경호원 등 수십여명이 부상했다.
시나이반도가 무장 세력의 온상지가 되는 이유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정국이 혼란해지면서 치안을 유지할 공권력이 약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집트 서쪽 접경국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하면서 유출된 무기 상당 분량이 허술한 검문을 틈 타 시나이반도로 유입된 점도 불안 요소다. 최근 군부가 이슬람주의자인 무르시를 쿠데타로 몰아내자, 이를 투쟁 동기로 삼아 각종 세력이 응집하고 있다.
국제 정세 분석업체 스트랫포에 따르면 이곳 무장 조직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원리주의 세력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