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용산 국립박물관 기념품 매장을 둘러보다 그만 기가 막히고 말았다.
판매 제품 중 나전칠기 공예품 앞에 있는 설명 표지판을 보니 나전칠기에 대해 제법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고, 영어로도 병기해 놓았다. 따라서 제품을 구입한 사람은 '대한민국의 전통공예 나전칠기' 공예품을 구입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매장에 전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옻칠을 한 나전칠기'가 아니라 '화학 우레탄 페인트를 칠한 나전공예'였다. 우레탄은 화학 성분 도료이며 옻칠은 천연 도료다. 국립박물관의 기념품 판매장에서 내·외국인들에게 이렇게 '사기성 판매'를 해도 된단 말인가?
또한 '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 ○○○'라고 낙관이 찍혀 있는 인간문화재의 '명품'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이나 제작자 이름은 표기해 놓지 않고 있으면서도 몇몇 대학교수들의 '작품'엔 제작자 설명과 경력까지 자세하게 표기해 유리 진열장 안에 모셔놓고 있었다.
국립박물관은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곳이 아닌가? 그 어느 곳보다도 '전통'을 우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위 '쟁이'와 '작가'의 이런 석연찮은 구별에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박물관 내 기념품 판매장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운영하지만 박물관 측과 계약하여 판매 행위를 하는 곳이다. 운영에 대한 관리 감독도 박물관 측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비자들은 박물관에서 물품을 구입했으므로 당연히 전통성이 검증된 것으로 알고 구입할 것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시진핑 주석에게 카슈칠을 한 함을 선물하고도 이를 옻칠을 한 '주칠함'이라고 해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이런 우리 전통 공예에 대한 이해 부족에 대해 문화 융성을 말하는 당국은 먼저 관련 기관부터 제대로 교육해야 할 듯싶다.
입력 2013.09.0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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