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가르치지만 경쟁에 목매는 현대인들에게는 설득력이 약할 것 같다."(덩난양[鄧南洋]·중앙재경[財經]대)
"한국과 중국 모두 유교 가치를 복원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전반적으로 유교 해체 현상을 겪고 있다. 중국은 눈에 띄게 유교가 파괴됐고, 한국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곽지윤·한양대)
"유교는 우리가 접근하기에 매우 큰 그림이다. 하지만 지금껏 경제 성장을 이유로 한·중 양국이 단기간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했다면, 앞으로는 유교를 문화 속에 녹여 재정립하려는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한동옥·부산대)
24일 경북 안동 유교문화박물관에서 한·중 대학생 40명이 현대사회에서 유교의 의미와 한·중 유교의 차이점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조선일보와 인민일보 인민망(人民網),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공동 주최한 대학생 인문(人文) 교류 프로그램 '한·중 미래의 길'에 참가한 한국 대학생 20명과 중국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단) 대표 20명이다. 이들은 지난 19~25일 공자(孔子) 고향인 중국 산둥(山東)성 취푸(曲阜)를 시작으로 한국 최초 서원인 영주 소수서원과 안동 도산서원을 거쳐 서울 성균관까지 두 나라 유교 성지를 답사했다.
일주일의 유교 탐방은 '유교의 현대적 의미'를 나름으로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구이저우(貴州)대생인 마샤오타오(馬嘯濤·23)씨는 "중국은 신(新)중국 성립을 기점으로 유교적 이념이 많이 사라졌는데, 한국은 드라마 곳곳에서 아직도 유교 흔적이 느껴진다"고 했다. 중국 재경대 덩난양씨는 "한국인들이 공자가 중시한 가치인 예(禮)를 특히 중시하는 것을 알게 됐다. 선생님에게 인사할 때 고개를 숙였고 룸메이트가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오는 점이 그랬다"고 말했다. 전나눔(이화여대)씨는 "한·중 학생들이 겉보기에는 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것 같아도 서로 교류하는 데 기초가 되는 유교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나라 학생들이 서양인과 달리 음식을 서로 나눠 먹는 것에서 '인(仁)'의 정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유적지를 둘러본 중국 학생들은 우리의 문화자원 보존에 찬사를 쏟아냈다. 우한(武漢)대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장톈위샤오(張天羽嘯·27)씨는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원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서원과 성균관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면서 "관광지로 전락해버린 중국의 공자 유적지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