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자매처럼 늘 함께였던 친구 릴(나오미 왓츠)과 로즈(로빈 라이트). 로즈와 아들 톰(제임스 프레체빌)이 남편과 사별한 릴과 그의 아들 이안(자비에르 사무엘)을 돌보면서 네 사람은 모두 한가족처럼 지낸다.

호주 북부 실록의 바다에서 아이들처럼 뛰노는 로즈·톰(왼쪽 두 사람), 릴·이안 모자(母子). 이 영화에서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것은 로빈 라이트(47)와 나오미 왓츠(45)의 ‘아줌마’스럽지 않은 몸매다.

20대 청년이 된 이안은 로즈에게 사랑을 고백한 뒤 둘이 함께 밤을 보내고, 이에 화가 난 톰은 릴을 찾아간다. 로즈와 릴은 상대방의 아들과 연애를 시작하고, 두 쌍의 커플은 서로의 사랑을 인정하면서 바닷가 마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두 아들이 다른 여자들과 결혼하고, 두 어머니는 할머니가 되면서 이들의 관계도 파국을 맞는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을 프랑스 앤 폰테인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소설 원제는 '그랜드 마더스'(The Grand mothers). 레싱이 80대에 쓴 작품이다. 22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변희원 기자

[아가씨曰] 엄마도 '젊은 연애' 할 수 있다

띠동갑 연상男·연하女는 되면서?
엄마나 아내 떠올라 불편한 것…
그들도 열정과 욕망 있는 여자다

'투 마더스'를 보고 여러 단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40대 여자가 20대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그게 친구 아들이라는 것만큼은 비난하지 말자. 사리 분별할 만한 나이의 '아줌마'들이 순진한 청년들의 애정 공세를 막지는 못할망정 같이 장단이나 맞춰주고 있다고? 그럼 사리 분별할 만한 나이의 '아저씨'들이 나오는 영화는 뭐가 그리 달랐나?

띠동갑은 물론이고, 20년 이상 차이 나는 연상 남성과 연하 여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에 대해선 아무도 나이 차를 지적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는 26세 차이고, '사브리나'의 험프리 보가트와 오드리 헵번은 서른 살 차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두 영화 모두 중년 남자가 딸뻘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불경한' 영화가 아니라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기억한다.

이 영화에서 친구의 아들과 연애를 하는 40대 여성이 불편하다면 그건 자신의 어머니나 아내를 떠올려서다. 햇살에 반짝이는 구릿빛 피부에다 선명한 복근까지 가진 젊은 남자들이 펑퍼짐한 몸에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그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영 못마땅한 것이다. 집에서 밥과 청소나 하면서 마냥 자식과 남편을 기다리는 그들에게 혈기왕성한 청년과 연애할 수 있는 욕망과 열정이 남아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아,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아줌마'에게도 사랑하고 싶은 열정과 사랑받고 싶은 욕망은 여전하다. 20대나 80대나 '남자는 남자'인 것처럼 '여자도 여자'다.

어머니나 아내의 20대 때 사진을 한번 꺼내보자. 예전에도 아름다웠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살이 좀 찌고 주름이 많이 늘었을지 모르지만 그게 뭐 어때서. 영화에 나오는 47세 로빈 라이트의 눈주름이 거슬리던가? 그러니 이 영화를 봤다면 경각심을 좀 갖자. 나에겐 이미 오래전 식은 찬밥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이에겐 갓 지은 따끈한 밥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들의 욕망과 가능성을 인정하는 순간 그들을 여자로서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변희원 기자

최홍렬 기자

[아저씨曰] 설명 없는 열애, 이 무슨 시추에이션?

중년의 사랑과 감정은 인정하지만
왜 하필 친구 아들인지 이유 없어
영화는 영화일 뿐, 환상 갖지 말길

남사스러워 말을 못 꺼내겠다. 친구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두 중년 여인의 사랑이라니, 아니 서로의 아들을 탐하는 두 엄마라니. 이 정도면 우리 TV 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막장보다 한 수 위다.

사랑은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다는 말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중년 여성도 얼마든지 연애 감정에 사로잡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인정!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내던 20여세 연하의 친구 아들과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는 그 파격에 걸맞은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영화에서는 이안이 어머니의 친구 로즈에게 기습 키스하면서 잠자리를 갖는 것으로 사랑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 급작스러워 보이는 연정(戀情)이 어떻게 싹텄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이 없다. 친구와 어머니의 관계를 눈치 챈 톰이 충격이 채가시지 않은 가슴을 안고 릴을 찾아가 사랑을 나누는 것도 뜬금없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두 어머니는 금세 더 적극적으로 금지된 사랑에 빨려 들어간다. 두 모자(母子)가 크로스로 연인관계가 된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라기보다 황당하다.

영화는 제목처럼 두 어머니 입장에서 전개된다. 남편과 일찍 사별(死別)했거나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서로의 아들은 그들의 외로움을 채워줄 탈출구였는지도 모른다. 금지된 사랑에 갈등하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감정이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한 거야. 그 느낌 없으면 숨 막혀 죽을 것 같아"(릴)라고 고백한다. 그 '느낌', 좋다. 하지만 중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서로의 아들을 제물로 바쳐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이 영화는 중년 여성을 위한 동화 정도로 보면 딱 맞는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미모의 40대 여배우와 20대 청춘스타들이 벌이는 전라(全裸)의 19금(禁) 정사는 아무래도 이 세상 얘기 같지 않다. 한여름밤의 질펀한 꿈이란 얘기다. 영화가 끝난 후 여름인데도 옆구리가 시린 여성 관객이 자신을 여주인공에 이입(移入)해 사랑에 대한 터무니없는 환상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최홍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