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중에서도 30대, 야권 성향의 화이트칼라층이 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증세(增稅)에 가장 크게 반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복지 확대 자체에 부정적이진 않지만, 정부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이른바 '유리 지갑'이라는 자기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려는 것에 대해선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30대·화이트칼라 15%, 박 대통령 지지 철회

16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중간 또는 중간 아래라고 한 응답층(전체의 69%)의 56%가 세제 개편안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했다. 소득 하위층(전체의 19%)보다 20%포인트나 높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50%에 그쳐, 소득 상위층(58%)과 하위층(61%)보다 낮았다.

특히 화이트칼라의 68%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내게 불리하다'며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내게 유리하다'는 긍정적 평가는 4%에 그쳤다. 자영업자도 56%가 부정적이었고, 5%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화이트칼라의 이런 불만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로 이어졌다. 화이트칼라는 8월 첫째 주만 해도 박 대통령에 대해 52%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주 만에 긍정 평가는 38%로 14%포인트 줄고, 부정적 평가는 29%에서 40%로 수직 상승했다. 자영업자층도 긍정 평가가 60%에서 50%로 떨어졌다.

세대별로는 30대의 반발이 두드러졌다. 30대의 78%가 세제 개편안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고, 긍정론은 1%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도 46%에서 31%로 15%포인트 급락했다. 박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8%에서 46%까지 올라갔다. 결혼과 육아 등으로 씀씀이는 커지는데 복지비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불만이 '증세 반대'와 '현 정부에 대한 지지 철회'로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파층의 거부감이 심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67%, 무당파층의 56%가 세제 개편안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도 민주당 지지층은 27%, 무당파층은 40%에 그쳤다. 전주에 비해 각각 7%포인트씩 하락한 수치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이유를 물어본 결과, '세제 개편안과 증세'란 응답(18%)이 가장 많았다. '경제정책 잘못'(7%)과 '공약에 대한 입장 바뀜'(6%)이란 응답도 상위권이었다. 1주 전 '국정원 문제'(19%)가 1위로 꼽힌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증세 반대' 않지만… 세제 개편안은 싫다

중산층이 복지 확대와 증세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금을 1년에 20만원 정도 더 내더라도 복지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중산층의 51%가 '그렇다'고 답했다.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복지 확대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8%였다.

그럼에도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선 중산층의 상당수가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중산층이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자체에 대해선 규범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자기 지갑에서 세금을 더 걷어가려 하면 반발하는 이중적 성향을 보인다"고 했다.

◇50·60대는 '복지 확대' 입장

50·60대는 세제 개편안에 젊은 층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부정적 평가가 50대는 51%, 60대 이상은 20%에 그쳤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도 50대는 67%, 60대 이상은 83%로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세제 개편안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37%에 그쳤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50대와 60대 이상이 각각 53%와 56%로 가장 높았다. 같은 중산층이라도 앞으로 장기간 세금 부담을 져야 하는 20·30대와 가까운 미래에 복지 혜택을 보게 될 50·60대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세대 간 갈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의 중산층은

중산층의 국제기준은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전체 가구를 줄 세웠을 때 정확하게 중간에 위치한 소득의 50~150% 범위에 있는 가구다. 이번 갤럽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의 대부분이 하향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나 '중간', '중간보다 아래' 응답자를 중산층으로 분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