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임영진 기자] 나에 대한 자신감, 억압적인 외부 환경에 대한 분노, 멋을 우선순위에 둘 수 있는 여유. 이런 가치들이 더해져 힙합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구성한다. 스윙스 가라사대, 멋이 없는 랩은 랩이 아니다. 힙합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스웨그를 외치는 쭉정이들도 힙합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1편이 힙합이라는 큰 덩어리를 한 번 쓰다듬는 시간이었다면 이번에는 리스너들에게 가장 친숙한 단어이자 기본적인 요소 ‘라임’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이 랩은 라임이 제법인데?’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어느 타이밍에 운을 떼야할지 고민하던 사람들, 그냥 즐기면 되지 머리 아프게 뭘 분석을 하나 싶었던 사람들에게 ‘라임’의 치명적인 매력을 들려주리라.

가사를 보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라임을 찾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니 모두 함께 풋유어핸즈업(Put Your Hands UP)! /편집자 주

임영진(이하 임); 자, 라임을 어서 내게 말해보세요.

스윙스(이하 스); 후우, 라임.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간단히 말하면 모음과 자음을 맞추는 건데요. 모음은 반복시키고 자음은 변화를 준다고 기억하시면 돼요. 예를 들면 ‘너는 바보다’라고 해요. 그럼 뒤에 ‘나는 타고난’, 그 다음에 ‘내 이름은 알고가’. 어때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임; 모음은 같게, 자음은 다르게? 잘 모르겠네요.

스; 오케이, 보세요. ‘너는 바보다’로 시작했어요. ‘바보다’는 모음 ‘ㅏ’, ‘ㅗ’, ‘ㅏ’에 자음 ‘ㅂ’, ‘ㅂ’, ‘ㄷ’가 사용됐죠. 그 다음에 ‘나는 타고난’ 이에요. 모음 ‘ㅏ’, ‘ㅗ’, ‘ㅏ’에 자음은 ‘ㅌ’, ‘ㄱ’, ‘ㄴ’으로 달라졌어요.

임; 오, 이해됐어요. 받침이 붙는 건 상관 없나요?

스; 받침은 상관없어요. 모음이 중요해요. 4분의 4박자로 가정할게요. 1마디에 4박자가 나와요. 기본적으로 2마디를 1쌍으로 보거든요. 저는 이걸 ‘최소한의 법칙’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안에서 라임이 하나 나와야 해요. 4번째 박자 어딘가에는 무조건 라임이 있어야 하죠.

임; 그렇다면 많이 나올 수록 좋은 건가요?

스; 물론 아니죠. 예를 들어, ‘학교, 종교, 육교’라고 말했다고 쳐요. 이건 라임이 아니에요. 왜인지 아시겠어요?

임; 잠시만요. ‘교’가 계속 나오네요.

스; 롸잇, 맞아요. 이건 룰에서 벗어난 경우예요. ‘교’에서 ‘ㄱ’이 반복되고 있고, 앞에 모음 ‘ㅏ’가 반복되지 않고 있어요. 구린 라임이에요.(웃음)

임; 오,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어요. 라임이라는 게 랩에서 어떤 의미인지 한번 짚어주세요.

스; 라임은 매우 매우 기본적인 것이라서 빠지면 안되고, 빠질 수 없어요. ‘베어울프’라는 고대에 만들어진 영웅서사시가 있는데 여기에도 라임이 나온다고 해요. 완전 1차원적인 라임이지만 원시적인 문학 형태에 등장할 만큼 문학적 가치가 있는 요소라고 봐요.

임; 고대 영웅서사시도 보세요?

스; 전공이 영문학이에요. 그래서도 있지만 랩을 쓰려면 책을 많이 봐야하고 이것저것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해야하고 그래요. 모든 게 공부니까요. 제가 북클럽을 만들어서 운영 중이기도 해요.(스윙스는 주로 원서를 읽는다.)

임; 갑자기 사람이 달리 보이네요. 외국에서 살다왔어요?
 
스; 미국에서 9년 정도 살다왔어요. 와서 학교 다니다가 중학교 때는 1학년 때 외국인학교에 들어갔죠. 외국인 학교는 정말 미국에 있는 학교를 똑 떼어다가 한국에 옮겨 놓은 느낌이에요. 덕분에 힙합 음악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임; 그렇군요. 그런데 라임 중에서도 좋은 라임이 있나요?

스; 물론이죠. 많이 나오는 라임은 진부하잖아요. 이런 거예요. ‘계속해서 내 속에서’ 이건 정말 많이 쓰이는 말인데 그래서 멋이 없어요. 저는 말이 되면서 센스가 있는 라임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감정의 전달이 제일 우선 순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 약간 퍼즐 맞추는 느낌이에요. 좋은 라임을 볼 수 있는 노래는 뭐가 있을까요.

스; 제 노래를 들으시면 돼요. 그게 잘하는 랩이거든요.(껄껄) 보컬 없이 랩만 나오는 힙합곡의 97~98%는 라임이 있을 수 밖에 없어요. 그런 거 들으시면 되는데요. 쉬운 단계라면 제 노래 중에 ‘아이 윌 비 데어(I’ll be there)’가 좋아요. 사랑 노래니까 천천히 들어보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에미넴이 정말 센스있고 정말 영리하게 랩을 쓰는 가수거든요. 그 중에서도 '더 웨이 아이 엠(The Way I am)' 어떨까 싶네요.

임; 왜 랩 가사보면 비트의 플로우를 타고 뭐 그런 거 나오잖아요. 플로우는 뭐예요?

스; 라임은 있는데 플로우가 없다면, 그건 랩이 아닌 거예요. 플로우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용?(웃음)

*오늘의 선곡; 스윙스의 ‘아이 윌 비 데어’

지난 2008년 스윙스의 첫번째 EP 앨범 ‘업그레이드(UPGRADE)’ 수록곡으로 사랑하는 여자와 이별 후 남자의 아픔을 담은 노래다. 높은 대중성을 자랑하는 이 노래는 박재범의 보컬이 어우러지면서 달콤한 사랑 노래로 완성됐다.

이 곡에서 라임은 곡 초반부터 등장한다. '우릴 묶었던 끈마저. 유리로 변해서 금갔어'에서 '끈마저'와 '금갔어'가 대구를 이룬다. '함께 경험했던 것이 꽤 많아. 헤어지고 나서야 그런 것들이 생각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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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뉴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