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北 평양거리 여성… 북한 주민들 사이에 한국식 패션·두발·화장·어투 등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7월 평양 시내에서 하이힐을 신은 세련된 옷차림의 여성이 길을 걷고 있다.

북한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한류(韓流)' 열풍도 확산하고 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 중 상당수가 한국산이다. 옷도 한국 제품이 유행이다. 북한산은 야채·과일·생선·고기 등 단순 농수산품이나 식료품뿐이다.

최근 탈북한 A씨는 "장마당을 통해 한국 상품을 접한 북한 젊은이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중국산보다 한국산을 선호한다"며 "한국의 화장품과 샴푸 등은 찾는 사람이 많아 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산 물품을 사고팔다가 적발되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옷은 상표를 떼고 판매된다. 일부 상인은 제품이 '남품(南品·남한 상품)'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떼어낸 상표를 호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고객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탈북자 B씨는 "한국산 옷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일부 재봉사는 남한 패션 스타일을 베껴 옷을 직접 만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남한 패션 잡지를 구해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 물건이 비싼 값에 팔리기 때문에 일부 상인은 중국산 상표를 떼고 한국산이라고 속여 팔거나 아예 '짝퉁' 한국산 물품을 생산·판매하기도 한다.

개성공단 직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됐던 초코파이와 커피믹스, 신라면 등도 인기 상품이다. 한국산 냉장고·TV·세탁기·컴퓨터·휴대전화·디지털카메라·김치냉장고를 비롯해 타이어·시계·압력밥솥·부탄가스·전기장판·보일러 등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한국식 신부 화장과 머리단장을 해주는 '분장사'까지 등장했다. 탈북자 C씨는 "북한에선 최근엔 남한 신부들처럼 볼 터치나 눈썹 화장을 옅게 하고 속눈썹을 길게 붙이는 화장이 유행한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예능·가요 프로그램과 시트콤을 몰래 보는 주민도 늘고 있다. 가수 싸이의 '말춤'이나 아이돌 그룹의 춤을 따라 하는 젊은이도 늘고 있고 한국식 어투도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한류 차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인민보위부와 보안부는 한류 특별 단속반을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식 패션과 화장, 말투 등이 단속 대상이다. 한 탈북자는 "청바지는 단속당하면 그 자리에서 가위로 자르거나 못쓰게 만들고 스키니진, 나팔바지, 짧은 바지는 전혀 입지 못하게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