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확장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소방 당국과 서울시는 도로 폭을 넓히기 위해 세운 구조물이 균형을 잃어 뒤집히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설명했다. 설계가 잘못됐거나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 인재(人災)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30일 오후 1시 8분쯤 올림픽대로에서 방화동 치현터널로 이어지는 접속 구간 공사 현장에서 길이 47m, 무게 320t 철골 구조물이 7m 아래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구조물 위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중국 동포 2명이 숨졌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중국 동포 근로자 정모(63)씨는 구조물이 무너지던 순간 기존 교각 쪽으로 몸을 옮겨 화를 면했다. 나머지 근로자들은 할당된 작업을 마치고 다리 아래에서 대기 중이었다.
소방 당국은 무게 9t에 이르는 콘크리트 타설 차량이 접속 도로 끝쪽에 방호벽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던 중 구조물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면서 철골 구조물이 바깥쪽으로 굴러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를 목격한 정모(46)씨는 "갑자기 폭발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구조물과 중장비가 인부들과 함께 떨어지더니 곧이어 수십m 밖까지 콘크리트 파편이 날아가는 등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하중 계산 등 설계가 잘못됐을 가능성 제기돼
토목 전문가들은 감리단이 하중 계산을 잘못하는 등 설계에 문제가 있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와 소방당국도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감리단이 하중 계산을 잘못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지만 상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차량 하중을 견디기 위해 설치하는 '들보'인 스틸박스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서(편심 현상) 스틸박스와 방호벽 등 일체 구조물이 옆으로 굴러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설계 등에 문제가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총 공사비가 1098억여원에 이르는 이번 공사 역시 앞서 수몰 사고가 일어난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처럼 서울시가 발주했고,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해 공사 감리 권한을 민간 감리 업체가 대행하도록 하는 책임 감리제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공사의 시작과 종료, 공정 등 기본적 사항만 확인했을 뿐, 임시 구조물이 교각에 제대로 고정됐는지, 설계상의 문제는 없는지, 방호벽 설치 작업을 할 때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선 확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노량진 상수도관 수몰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데다, 시공사 중 한곳인 금광기업은 광주광역시에 건설한 지하상가가 2010년 붕괴해 작년 법원으로부터 13억원대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종 책임자인 서울시가 "안전 불감증에 빠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생일에 세상 떠난 코리안 드림
숨진 중국 동포 근로자 최모(50)씨의 부인은 이날 오후 8시 30분쯤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아온 지인들 앞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믿기지 않는다"며 오열했다. 숨진 최씨는 10여년 전 한국으로 건너왔다. 최씨 가족은 한국에서 부인과 딸이 함께 생활해왔고 아들은 중국에서 경찰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최씨의 매형인 강모(61)씨는 "(최씨) 생일이 오늘인데 가족들이 모이기 힘들어 지난 일요일에 가족과 친구 15명이 생일잔치를 열었다"며 "생일날 이렇게 허무하게 갔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 아르바이트 대학생들과 토크 콘서트를 하던 중 사고 소식을 접하고 오후 3시 2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박 시장은 굳은 표정으로 "연이은 사고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고 경위 등을 빨리 파악해 모든 대책을 수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