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포수 강민호(28)가 좀처럼 보기 드문 선행주자 추월로 아웃됐다. 황당 주루사였다.

상황은 다음과 같다. 지난 25일 대전 롯데-한화전. 6회초 롯데가 2-0으로 리드하고 있는 1사 만루에서 정훈이 중견수 방면으로 깊숙한 뜬공을 쳤다. 한화 중견수 고동진의 키를 넘어갈 듯했다. 하지만 고동진이 가까스로 쫓아가 공을 잡아냈다. 3루 주자 황재균이 홈으로 들어오며 롯데가 추가득점을 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2루심 전일수 심판위원은 1루 주자 강민호의 아웃을 선언하며 황재균의 득점을 인정하지 않고 그대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롯데 김시진 감독이 이에 대해 항의했지만, 심판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민호가 명백히 선행주자를 추월해 아웃됐기 때문이었다.

상황을 다시 돌아보면 정훈의 타구는 아주 잘 맞았고, 중견수 키를 넘어갈 뻔했다. 1루 주자 강민호는 타구가 잡힐지 안 잡힐지를 바라보며 1루에서 2루로 향했다. 그러나 타구만 바라보다 2루 주자 전준우의 위치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전준우는 타구가 잡힌 것을 보고, 다시 2루 베이스에 붙어 리터치를 노리고 있었다.

2루 주자 전준우가 다시 2루 베이스를 붙는 순간, 강민호는 순간적으로 2루를 지난 뒤 전준우를 추월했다. 이 때 이미 3번째 아웃카운트가 이뤄졌다. 3루 주자 황재균도 강민호와 전준우가 추월하는 사이 홈으로 향했기 때문에 이미 스리아웃으로 이닝이 종료된 상황. 정훈의 희생플라이와 황재균의 득점이 인정될 수 없었다.

야구규칙 7.08(h)에 따르면 '후위주자가 아웃되지 않은 선행주자를 앞질렀을 경우 후위주자가 아웃된다'고 명시돼 있다. 규칙에 따르면 역주할 경우에도 주자의 추월 상황으로 위치가 바뀌면 후위주자가 아웃이 된다. 야구에서는 항상 선행주자가 우선권을 갖기 때문이다. 만약 주자 2명이 동시에 베이스를 밟고 있을 경우에도 베이스 권리는 선행주자에게 있으며 수비수가 태그하게 되면 후위주자가 아웃된다.

롯데는 이날 경기를 5-1로 이기며 후반기 첫 3연전을 싹쓸이로 가져갔다. 그러나 추가 득점을 확실하게 내야 할 때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로 자칫 흐름이 끊어질 뻔했다. 강민호뿐만 아니라 한화 김태균도 맥빠지는 주루사로 아쉬움을 남겼다.

김태균은 4회말 1사 2·3루에서 김태완의 좌익수 뜬공 때 2루로 귀루하다 롯데 좌익수 이승화의 송구에 걸리며 아웃됐다. 김태완의 타구가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가 될 것으로 판단해 거의 3루까지 향하다 뒤늦게 2루로 향했으나 너무 늦었다. 한화는 동점 또는 역전 흐름을 살리지 못한 채 허무하게 졌다. 주루 플레이 하나가 경기 흐름을 좌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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