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지역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4년 연속 전국 1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능을 출제·채점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일 2013학년도 수능 성적을 시도별로 분석했더니, 제주도는 언어·수리·외국어 등 3개 영역의 표준점수 평균이 16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번 분석 대상에서 세종시는 올해 졸업생 배출 학교가 2곳밖에 안 되어 제외했다.

제주도의 수능 1·2등급 비율은 언어와 수리 나에서 전국 1위, 수리 가와 외국어 영역에서는 서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최하 등급인 8·9등급 비율은 전 영역에서 가장 낮았다. 평가원 측은 "제주도는 표준점수가 가장 높은 학교와 가장 낮은 학교의 점수 차이도 적었다"며 "그만큼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이 많지 않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수능은 전체 응시생을 성적순으로 1~9등급으로 나눈다. 학교에 1등급(4%)과 2등급(7%) 비율이 높으면 상위권 학생이 많고, 8등급(7%)과 9등급(4%) 비율이 높으면 하위권 학생이 많다는 뜻이다.

제주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

제주도의 교육 성과에 대해 "학교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제주도 고등학생들은 대체로 밤 9~11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하고, 교사들도 밤 늦게까지 남아 학생들을 가르친다. 제주도는 서울처럼 학원이 많지 않은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교육이 더욱 강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학력이 크게 떨어지는 학생이 적은 것은 제주도 특유의 '모다들엉' 문화가 작용한 덕분이라고 제주도 사람들은 말한다. '모다들엉'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함께한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 제일고 황상선 교장은 "학력이 뛰어난 아이들만 위하는 게 아니라,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도 포기하지 않고 같이 끌고 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 윤양섭 장학지원과장은 "제주도는 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서 성공하기 위해선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다"며 "그 덕에 학생들이 골고루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농촌 간 격차 줄고 있다

도시와 읍면 지역의 수능 성적을 비교해 보면, 여전히 읍면 지역이 도시에 비해 낮다. 그러나 격차는 매년 줄고 있다. 예컨대 수리 나 영역에서 도시와 읍면 지역 간 표준점수 차이는 2011학년도 9.6점→2012학년도 8.5점→2013학년도 6.6점으로 점차 줄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명애 기획분석실장은 "2011학년도에 EBS와 70% 이상 연계해 수능을 쉽게 내는 정책을 도입했는데, 그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지가 국회 서상기 의원실과 함께 수능 1·2등급 비율이 지난 4년간 가장 많이 증가한 일반계 고등학교를 뽑아봤더니, 상위 30개 학교 중 17곳이 읍·면 지역에 있는 학교였다. 대구 달성군 포산고(1위), 부산 기장군 장안고(2위), 경남 창녕군 옥야고(4위), 경북 영양군 영양여고(6위) 등이 학업 성취가 높았다.

남녀공학, 모든 영역에서 점수 최하

남고, 여고, 남녀공학 중 수능 성적이 가장 낮은 곳은 '남녀공학'이었다. 언어영역 표준점수 평균은 여고(104.0점)→남고(100.0점)→남녀공학(97.5점) 순이었다. 수리 가 영역은 남고(100.8점)→여고(99.8점)→남녀공학(97.5점) 순서로 나타났다. 수리 나는 남고와 여고가 100.9점으로 같았고, 외국어 영역은 여고(102.0점)가 남고(99.7점)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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