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흡연자들은 비흡연자보다 건강에 좋지 않은 설탕류의 당분이나 지방질 음식, 술을 많이 먹고, 몸에 좋은 과일·채소나 해산물 등은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에 나쁜 식습관까지 겹치면서 건강을 해칠 우려가 매우 큰 것이다.
동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서상연 교수팀은 4차(2007~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만 19세 이상 성인 남성 4851명을 대상으로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식습관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은 분석이 나왔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KMS) 최신호에 발표됐다.
◇흡연자, 지방은 많이, 야채는 조금
조사 대상자 중 흡연자는 2136명(46.6%)으로 절반가량 됐다. 연구팀이 조사 대상자의 24시간 식단을 분석한 결과, 흡연자들은 상대적으로 당분과 지방이 많은 음식을 즐겼다. 이는 건강에 안 좋은 음식 그룹이다. 반면 건강에 유익한 음식 그룹인 야채와 해산물, 감자·과일, 유제품은 적게 먹었다. 나머지 음식의 경우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유사했다.
일주일에 4회 이상 커피를 마시는 비율 역시 흡연자(80.7%)가 비흡연자(64.4%)보다 높았다. 알코올 소비량도 흡연자가 많아, 흡연 남성의 14.9%가 일주일에 4회 이상 소주를 마신 반면, 비흡연자는 그 비율이 9.1%에 그쳤다.
이 같은 식습관은 사망률을 높이는 '역(逆) 시너지'를 낸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는 암, 2위는 뇌혈관 질환, 3위는 심장 질환인데, 흡연은 공통으로 이 셋의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과일·채소는 적게 먹고, 고지방 식사를 즐기는 흡연자들의 식습관은 이 세 가지 질환이 더 빨리 찾아오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흡연자는 또 흡연 피해를 줄여주는 비타민 섭취도 비흡연자보다 적었다. 골다공증 예방 효과를 갖는 칼슘 섭취량도 적었고, 노화를 줄여주는 항산화 성분의 카로텐 섭취도 비흡연자보다 낮았다.
◇흡연자는 왜 건강에 나쁜 것만 골라 하나
흡연은 술과도 연관이 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피우고 싶고, 담배를 피우면 술이 더 마시고 싶어지는 것처럼 중독성 있는 물질끼리 더 당기게 하는 이른바 '점화(priming·기폭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술과 담배를 함께 하는 것은 '죽음의 칵테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
왜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더 선호하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진 이론은 없으나, 흡연이 입맛과 식탐에 변화를 준다는 추론이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건강관리에 대한 흡연자들의 인식이 낮아 식습관에도 소홀하다고 본다. 김대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흡연자들은 뇌의 '쾌락 중추'에 이상이 생겨서 단 음식이나 고지방 음식을 먹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고 더 쉽게 중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병원 서상연 교수는 "흡연으로 인한 니코틴 중독이 생리학적으로 음식의 취향을 좀 더 달고 기름진 쪽으로 바꾸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스트레스를 음주와 흡연으로 풀 경우, 식습관도 좀 더 자극적인 것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면서 "흡연하면 위험 요소들이 동시다발로 따라온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