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한 차'라는 광고문구를 빌리자면 가요계에는 '소리로만 강한 가수'가 있다. 바로 힙합듀오 긱스다.
릴보이(본명 오승택·22)와 루이(본명 황문섭·23)로 구성된 긱스는 데뷔 2년이 돼서야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면서 내놓은 곡마다 각종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 올린다. 이들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정규 1집의 선공개곡 '어때(Feat.하림)'는 공인된 가요순위인 4월 디지털 종합 가온차트에서 5위를 차지했다.
이제 막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긱스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그간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갔는지 살짝 공개했다.
발단. 긱스의 시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였다. 루이와 릴보이는 힙합을 함께 즐기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작곡을 올리다 서로를 알게 됐다.
"온라인 메신저로 얘기를 나누다 만났다. 릴보이는 랩을 잘하고 신선한 느낌이었다. 당시 알던 랩퍼 동료가 서울에 릴보이밖에 없었고 릴보이가 집에 와서 작업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팀이 결성됐다."(루이)
"음악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나를 인정해준 사람이 형(루이)이었다. 만나서 작업을 하다보니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좋았다. 누나가 있다 보니까 형이 생겨 좋기도 했다."(릴보이)
루이와 릴보이는 실제로 자신들을 소개할 때 긱스에서 형 또는 동생을 맡고 있다며 돈독한 사이를 드러내곤 한다.
전개. 긱스는 2011년 3월 타미아의 원곡을 샘플링한 '오피셜리 미싱 유(Officially missing you)'로 데뷔해 온라인 음원 차트의 강자로 떠올랐다. '오피셜리 미싱 유'는 그해 싸이월드 뮤직 연간차트에 3위에 오르는 등 방송 활동이 전무한 신인으로서 이례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큰 인기를 끈 이 곡은 애초 긱스가 만들려 했던 곡이 아니었다.
"아는 누나가 타미아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해 반주를 찾던 중 누군가가 해당 곡을 기타로 연주한 것을 발견했다. 그곡을 힙합 버전으로 만들어 한참 동안 혼자 좋아하다 나만의 멜로디를 얹어보고 싶어졌다."(루이)
데뷔곡으로 가요계에 성공적인 신고식을 마친 긱스는 지난해에도 꾸준히 신곡을 발표했다.
특히 걸그룹 씨스타의 소유와 함께 부른 '오피셜리 미싱 유, 투(Officially missing you, too)'는 온라인 음원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며 정규 1집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위기(?). 20대 초반의 평범한 청년들인 긱스는 음악을 하기 전 자신들과 맞지 않는 학업에 답답함을 느꼈다.
"엄마가 대학교에 가면 음악 활동을 1년 동안 하게 해주겠다고 해서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에 진학했다. 지금은 부모님께서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신다. 지금은 휴학한 상태인데 학교에 크게 애정이 없어 졸업할지 어떨지 고민이다."(릴보이)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입시 미술을 준비할 때 디자인 위주로 해 맞지 않았다. 그림을 잘 그리고 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현실에 부딪혀서 입학 후에도 괴리감을 느꼈다. 그 시기에 음악을 만났다."(루이)
그럼에도 이들은 배움 자체를 즐긴다. 데뷔 2년 만에 발표한 정규 1집 앨범의 제목도 '백팩(Backpack)'이다.
"'백팩'이라는 제목은 릴보이가 제안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경험들을 가방에 담아 배운다는 의미다. 늘 배우며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루이)
정규 1집 '백팩'에는 긱스가 사랑'과 '인생'을 하루하루 배워가며 느끼는 감정들이 담겨 있다. 이들이 내리는 사랑의 정의는 뭘까.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게 사랑이다. 사랑을 준다는 건 누군가에게 삶을 부여하는 일이다. 삶의 원동력이다."(릴보이)
"수록곡 중 '헌신'이라는 부모님에게 드리는 편지 같은 노래가 있다. 가사 중 '두 분이 나를 만드신 그 이유 없인 어쩌면 차가운 이 도시도 단지 콘크리트'라는 부분이 있다. 사랑이 없으면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루이)
절정. 긱스는 이효리, 2PM, 시크릿, 포미닛 등 5월 가요대전 속에서도 정규 1집의 상당곡을 각종 음원 차트 순위권에 올리며 활약 중이다.
"기분이 좋다. 회사와 팀이 만들어낸 결과가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답 같다. 아직 많은 걸 배워가야 할 단계이지만 일찌감치 증명되고 있는 건 무섭다. 대중의 귀를 움직이는 곡이 어떤 것인지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루이)
반면 일부 힙합 팬들은 힙합의 시초인 비판 정신이 부족하지 않냐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긱스는 이와 관련해 그간 고민을 많이 한듯 확고한 입장을 드러냈다.
"비판적인 정신도 그럴 만한 환경을 배경으로 한다. 흑인 힙합의 경우 흑인이 차별받는 시대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부족한 것도, 대단히 만족스럽지도 않은 환경에서 자란 평범한 20대가 느낀 감성을 담은 솔직한 음악을 한다."(루이)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웃고 울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 친구를 주제로 음악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릴보이)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 홍대에서 5만원씩 모아 공연장을 빌려 공연하던 긱스는 이제 단독 콘서트도 꿈꾸게 됐다.
"앞으로 제일 하고 싶은 건 단독콘서트다. 정규 1집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팬들에게 이 앨범의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릴보이)
"그동안 많이 참았다.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정규 앨범에 수록된 15곡을 다 선보이고 싶다. 나는 일 중독자라 빨리 작업을 시작해 정규 2집도 서둘러 내고 싶다."(루이)
결말. 학생의 마음 가짐으로 '백팩'을 메고 매일 배워가는 긱스가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알 수 없다. 긱스답게 결말은 음악으로 차차 증명해가지 않을까.
긱스는 정규 1집을 내기까지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별다른 소통 없이도 음악으로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팬들이 전부"(릴보이), "팬이 없으면 음악할 이유가 없다"(루이)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긱스의 전부인 팬들에게 전하는 정규 1집 '백팩' 감상 포인트. 긱스가 1집을 만들게 된 계기이자 이들이 타이틀곡 '와시 어웨이(Wash away)'를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곡으로 꼽은 노래가 앨범 CD에 숨겨져 있다. 1집 '백팩' CD의 15번 트랙 '유언'이 끝난 뒤 15분만 기다려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