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2012' 등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재난 영화의 귀재'라고 불리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본인의 재난 영화 노하우로 "캐릭터를 살리는 것"을 꼽았다. 이와 함께 본인의 영화관과 점점 확장되고 있는 아시아 영화 시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신작 '화이트 하우스 다운'으로 내한한 에머리히 감독은 2일 오후 서울 강남 리츠칼튼 호텔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자연재해가 아닌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충격적인 설정과 거대한 스케일로 새로운 재난을 다룬 액션 영화로 오는 6월 개봉 예정이다.

- 이번 재난은 전작보다는 다소 작은 규모인데, 이유가 있나?
▲우선 각본이 그랬다(웃음).내가 쓰지않은 각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경우는 드문데, 그간 내가 다루지 않은 스토리면서도 내가 지금껏 만든 작품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 매력 있었다. 재난물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는 것이 매력있었다. 그래서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 재난 속에서도 항상 가족이야기를 중시하는데?
▲어떤 위기를 거쳐도 가족에 대한 사랑은 없어지지 않는다. 가족의 유대관계는 무너뜨릴 수 없는 일이다. 그 점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 속 흑인 대통령인 이유가 있는가?
▲오바마가 선거에 성공해서 흑인 대통령을 설정한 것은 아니다. 사실 각본상 원래 흑인 대통령으로 설정이 돼 있었다. 이 각본은 오바마가 재선에서 승리하기 전에 쓰여졌다. 또 백인 대통령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오바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 외에도 '백악관 최후의 날'이라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동시기에 등장하는데?
▲영화를 만들 때 다른 영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비슷한 소재의 그 영화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부담없었다. 언제나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부담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백악관 최후의 날'의 예고편을 봤더니 우리 영화와는 굉장히 다르더라.

- 할리우드 감독들과 배우들의 내한이 계속된다. 본인이 보기에 한국 영화시장이 얼마나 커졌나?
▲10년 정도 전부터 한국 뿐 아니라 대만이나 인도네시아, 중국 같은 아시아 시장이 점점 커졌다. 영화 만드는 입장에서는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이 시장을 찾아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예전에는 일본에만 방문했는데 요즘엔 일본에 가지도 않는 경우도 있고, 계속 상황이 바뀌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까지 간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이제 스튜디오에서는 전세계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시각이 바뀌는 것 같다. 각국에 제작진이 가는데 주로 가는데, 배우들은 다른 작품이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9/11 이후 테러 소재에 대한 미국 내의 민감한 반응은 없는지?
▲전반적으로 테러 걱정에 대한 인식이 커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테러 공격 영화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각본은 외부가 아니라 자생적인 내부의 적을 다룬다. 그게 재미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 재난영화를 계속 만들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최악의 재난은 뭐라고 생각하나?
▲계속해서 종말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이 유한한 존재이고, 그래서 언젠가 죽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뿌리 깊은 불안이 계속되는 것이다. 난 그 얘기를 다시 한 번 전달할 뿐이다. 가장 큰 재난이라면 물과 연관되지 않을까. 각종 신화를 보면 홍수로 멸망하기 때문이다.

- 이번 영화와 전작과의 다른 점은?
▲난 독일에서 자라면서 미국 영화와 TV를 보며 자랐고, 학교에서도 미국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학생은 나 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그게 반영이 된 것 같다. 내가 미국적인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 몇년사이에 나는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게 됐다. 이번 영화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서 미국이 현재 얼마나 분열됐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은 점점 더 분열되고 있다고 셍각한다. 사람들이 신문을 읽지 않고, 정보를 하나 둘, 몇 개의 채널에서 얻기 때문이다.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

-재난 영화의 귀재라 불리는데, 자신만의 재난영화에 대한 노하우가 있나?
▲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캐릭터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이 사람들이 이것을 기억 못 한다. 재난 영화가 엄청난 상황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재난 속에 아이들과의 관계 회복이라던지 라는 캐릭터와 이야기가 중요하다. 스펙터클보다는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주인공들이 대게 결함을 갖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에 가까운데 그런 시선의 이유는?
▲아마도 내가 굉장한 낙천주의자라서 그런 것 같다.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다 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용기는 중요하다. 난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 재난 앞에서도 사람이 용기를 갖고 재난을 엎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노장 감독인데 할리우드에서 건재하는 이유는?
▲한국은 왜 안 그런 것인데? 이미 저번 영화로 다른 장르에 도전했다. 셰익스피어를 다룬 영화다. 앞으로도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들거다. 69년 미국 게이 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소재도 있고, '인디펜던스 데이' 속편도 만든다. 계속 블록버스터 만드는 것도 좋은데, 이 장르를 잘 만드는 감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를 기반으로 작은 영화도 잘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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