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A뉴타운 지역에서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5명이 투신(投身)자살했다. A뉴타운은 1만여가구 3만여명이 사는 중산층 아파트촌(村)이다.

지난 16일 A뉴타운 8단지에 사는 50대 여성 C씨가 오후 7시쯤 집에서 투신해 숨졌다. C씨는 어린이집 공터에 떨어져 당시 어린이집을 나서던 교사와 충돌할 뻔했다. 8단지 경비반장 박모씨는 "C씨가 우울증을 앓았고 그날도 병원에 다녀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18일 A뉴타운에서 자살이 두 건 또 있었다. 9단지 주민 S(69)씨가 18일 오전 10시 30분쯤 투신했다. S씨는 A뉴타운 상가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동생(62) 가족과 37년을 함께 살았다. 일본에서 태어난 S씨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로 관절염·불면증을 앓았다. 동생은 "형은 (동생 가족에게 신세 지며 사는 것에 대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그날 형이 2000만원 든 통장을 건네며 '살림에 보태라'는 말을 해 받지 않았는데 그때 낌새를 알아채야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S씨가 자살한 지 5시간쯤 뒤 A뉴타운 422동 옥상에서 70대 노인이 몸을 던져 숨졌다. 최근까지 422동에 살던 이 노인은 다른 곳으로 이사 갔다가 이날 422동에 다시 찾아와 일을 저질렀다. A뉴타운에서는 지난 13일에도 1단지 40대 여성이 투신자살 소동을 벌이다 119구조대에 저지당하기도 했다.

A뉴타운 인근 아파트에서도 연쇄 자살이 일어났다. 16일 오후 A뉴타운 10단지 옆 U아파트 21층에 사는 64세 여성이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었다. 17일 오후에는 10단지에서 700여m 떨어진 D아파트 5층에서 51세 남성이 투신자살했다.

A뉴타운 지역을 담당하는 119안전센터 구급대원 윤모(28)씨는 "지난해 7월 이곳에 온 이후 지난달까지 투신자살 출동은 한 건도 없었고 목을 매 자살한 경우만 3건 있었는데 최근 이렇게 투신자살이 많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곳 상가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모(41)씨는 "주민 사이에선 동네에 마(魔)가 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불안해했다. 21일 만난 주민은 "이 지역은 가구 수에 비해 동네가 좁은 편이라 소문도 금방 퍼진다"며 "자살 위험군에 속하는 주민이 같은 아파트 주민의 자살 소식을 듣고 쉽게 몸을 던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1700여가구 4200여명이 사는 서울 강북의 한 영구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100여일간 주민 6명이 자살한 일이 있었다. 유성은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임대아파트 자살률이 높은 경향은 있다지만 중산층 아파트 단지에서 단시간에 연쇄 자살이 일어난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베르테르효과(닮고자 하는 이상형이나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이를 모방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식의 '자살 전염' 사태라고 섣불리 결론 내기도 어려운 이례적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