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과 1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 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잇달아 열어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竝進) 노선'을 채택했다. 북한은 이 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이라는 희한한 이름의 법을 만들었다. 이 법은 2항에서 "조선의 핵 무력은 침략의 본거지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 타격을 하는 데 복무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핵 보검(寶劍)을 더욱 억세게 틀어쥐겠다"고 했다. 김정은의 핵 집착증은 북한 원자력총국이 2일 2007년 6자회담 합의에 따라 폐쇄했던 평안북도 영변의 5㎿흑연 감속 원자로를 비롯한 모든 핵 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한 데서도 드러났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1일 2002년 식량 배급의 단계적 축소와 기업 독립채산제, 노동 인센티브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7·1 조치'를 주도했던 박봉주를 내각 총리에 임명했다. 김정일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 부흥을 이룬 중국을 시찰하고 나서 그것을 본받겠다고 도입한 7·1 조치는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황색 바람(자본주의 풍조)'을 불러일으켰다는 내부 반발에 밀려 좌초됐다. 그러자 김정일은 박봉주에게 그 책임을 지워 2007년 평남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강등(降等)했다. 김정은이 박봉주를 총리로 다시 불러들인 것은 경제난을 이대로 방치하다간 자신의 권력도 위험해질 거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 손으로 핵무기를 끌어안고 다른 손으론 경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완전한 망상(妄想)이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국방비를 늘리지 않고도 경제 건설에 힘을 집중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세계 최빈국(最貧國)으로 굴러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경제 건설로 돌려야 할 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붓고 각종 도발을 저질러 경제 고립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편집증(偏執症)은 올해에만 벌써 두 차례 유엔 제재를 불렀다. 북한이 핵을 놓지 않는 한 경제 건설에 필수적인 외부 지원을 받을 길은 열리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취임 후 첫 안보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북한이 감히 도발할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도 B-52와 B-2 전략폭격기에 이어 세계 최강의 전투기 F-22, 4800여㎞ 떨어진 야구공까지 식별해내는 SBX-1(해상 배치 X-밴드 레이더) 등을 잇달아 한반도 주변으로 출동시키고 있다. 핵 선제공격을 위협하는 북한을 향한 경고성 무력시위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북한과 대화하고 경제 부흥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북한이 정말 경제 건설을 원한다면 어느 길을 택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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