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反韓) 감정 등으로 배우나 가수의 일본 활동이 뜸해진 사이 만화 주인공들이 이달 초 나란히 '만화왕국' 일본 본토에 진출해 '한류 공백'을 메운다. '그래도 일본한텐 안 되지'라는 자조(自嘲)를 시원히 날린 두 작품은 3D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와 웹툰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혈관고)'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한국이 일본보다 멀찍이 앞서 있는 분야(3D와 웹툰)라는 것.

경찰차·소방차·구급차 등을 '인격을 가진 변신 로봇'으로 등장시킨 '로보카폴리'는 200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 흥행작. 4월 6일부터 매주 토요일 아침 9시 15분 TV도쿄에서 방송된다. 원제(ロボカ―ポリ―)·주제가 멜로디까지 한국 원판을 유지하는 조건이다. 방영에 맞춰 유명 완구체인 '토이저러스' 등 일본 전역의 완구매장에 폴리 캐릭터 장난감들이 출시된다.

'로보카폴리'의 엄준영 감독이 캐릭터 상품을 들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그림 은‘혈관고’작가 박동선이 그린 자신의 캐리커처. 언론 매체에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 박씨는 사진 촬영 대신 캐리커처를 보내왔다.

작품을 구상하고 연출한 로이비쥬얼의 엄준영(37) 감독은 '우비소녀' '치로와 친구들' 등 깜찍 발랄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하며 입지를 다진 여성 감독. 과감하게 도전한 첫 '남아용(男兒用)' 작품인 '로보카폴리'로 일본 지상파 진출이라는 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처음엔 반한류 기류도 걱정했지만, 자동차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아이들이 동경하는 소재더라"며 "열 살과 여덟 살 두 아이가 충실히 모니터링을 해준 공이 크다"며 웃었다. 그는 또 "일본 애니메이션계는 아직 2D(셀 애니메이션)가 대세이지만 '토이스토리' 등이 사랑받으면서 어린 친구들일수록 3D 작품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며 "3D에 강한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혈관고)'은 A·B·AB·O형으로 의인화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사람의 혈액형과 속설을 따져보는 마니아성 웹툰. 쉽지 않은 내용임에도 한국 웹툰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4월 7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도쿄 MX 채널을 통해 '혈액형군(血液型くん!)'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된다. 원작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만들어진 2분짜리 12편이 우선 전파를 탄다.

'혈관고' 작가 박동선(35)은 대중 앞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은 '베일 속 작가'. 고교 미술교사로 근무하다 2011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한다. 그는 본지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후배에게 들은, 혈액형과 사람의 성격과의 연관성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그림으로 옮기게 됐는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규정하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게 아니다'라는 점을 독자들께 늘 당부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웹툰의 소재도 반(反)사회적이지만 않다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누구나 자신의 능력과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한국 인터넷의 개방성 덕에 웹툰이 문화 콘텐츠로 인정받는 것 같다. 다른 훌륭한 웹툰 작가의 작품이 더 많이 해외에 진출해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