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MBC의 올해 행보는 그야말로 죽기살기다. 오로지 단 한 가지 목표인 시청률 1위 탈환을 위해 김재철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선 가운데 파격과 속전속결의 다양한 전략이 난무한다.

'뉴스데스크'를 저녁 8시대로 옮겼는가 하면 8년반 방송된 '공감 토크쇼 놀러와'를 전격 폐지하고 그 자리에 '토크클럽 배우들'을 세웠는데 그마저도 7회만에 가차 없이 없애버렸다. 모두 시청률 때문이다. 9시에 방송되던 '뉴스데스크'를 8시대로 옮긴 이유는 KBS1 '뉴스 9'은 물론 SBS '8시 뉴스'에마저 밀리자 9시대에서의 경쟁을 포기하고 SBS와 전면전을 펼침으로써 비교적 쉬운 상대와 대결해 시청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심사였다.

'배우들'은 시청률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놀러와'의 구원투수로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놀러와'보다도 못하자 아예 월요일 심야예능을 포기하고 금요일 예능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월요일 '배우들'의 자리에는 시청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다큐멘터리 '다큐 스페셜'을 배치하고 금요일 심야시간대엔 회심의 예능 '나 혼자 산다'를 자리했다.

가장 큰 회심의 역작은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드라마 '구암 허준'이다. 이 120부작 사극은 일일극으로 저녁 8시 50분에 시작돼 30분동안 방송되는 형식으로 편성됐다. 사극의 매일방송, 9시 뉴스 시간대 편성, 30분의 러닝타임 등은 모두 처음 시도되는 포맷이다.

제작진은 '구암 허준'의 방송에 대해 나름의 타당성을 애써 부여하고 있다. 올해가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이고 '구암 허준' 이전에 방송된 허준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1999년 방송된 세 번째 '허준'은 최고 시청률 64.2%로 한국 드라마 역대 시청률 3위를 기록했다. 그래서 당시의 촤완규 작가와 당시 조연출이었던 김근홍 PD가 다시 이번에 극본과 연출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흥행불패 신화와 더불어 당시의 작가와 연출자 기용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큰 제작진은 '구암 허준'이 '4번 타자가 돼서 대박 홈런을 쳐줄 것을 믿고 있다'고 자신감과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구암 허준'의 성적표는 MBC의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친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회 시청률은 6.7%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1 '뉴스 9'이 24.6%를, SBS '생활의 달인'이 8.5%를, KBS2 '위기탈출 넘버원'이 7.2%를 각각 기록했다. '구암 허준'은 낮뜨겁게도 꼴찌다.

2회에서 7.5%를, 3회에서 7.6%를 각각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률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간대 가장 경쟁력 있는 드라마라는 정체성에 비교해볼 때 만족할 만한 성적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MBC는 현행 방송법을 무시하는 편법으로 시청률 반등을 노렸지만 그 노림수가 먹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체면을 구겼다. 방송법 시행령은 오후 7시부터 11시 사이의 주시청시간대에는 특정 방송 분야의 프로그램이 편중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시간대 KBS2와 SBS가 약 95분(KBS는 시트콤 포함)의 드라마를 내보내는데 비해 '구암 허준'을 편성한 MBC는 약 135분을 드라마로 채우고 있다. 주시청시간대에서 절반 이상을 드라마로 편성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구암 허준'이 9시대에서는 독보적인 드라마이므로 당연히 높은 시청률을 올릴 것이고 그것은 8시대로 옮겨 '구암 허준'의 바로 앞에서 방송되는 '뉴스데스크'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여 동시간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노림수였지만 현재까지의 성적표는 꼼수에 불과했다.

MBC는 김재철 사장 취임 후 확연하게 보도 부문에서 신뢰도가 떨어졌고 그것은 뉴스 시사 프로그램의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갖은 묘수를 동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본질의 개혁 없는 포장지의 교환만으로는 진정성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 부를 순 없지만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볼 수 있는 게 진리다. '구암 허준'의 가능성에 대한 다소 섣부른 판단을 내리자면 그렇다.

그런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우선 사극은 시트콤이나 보통의 정극 드라마와는 달리 심각해서 몰입해야 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암 허준'은 매일 30분씩 짧게 치고 빠지는데다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중 매일 방송된다. 이 드라마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봐야 가능하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평일 저녁 매일 빠지지 않고 드라마를 챙겨보기에는 생활이 매우 팍팍하다. 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매일 저녁 편안하게 집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자극도나 완성도가 높고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주중 미니시리즈를 제치고 주말극 KBS2 '내 딸 서영이' '최고다 이순신' MBC '백년의 유산' 등이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이렇게 바쁜 현대인의 생활패턴이 녹아들어있다.

결국 '구암 허준'은 '뉴스데스크'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자체의 생존력까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자체의 확고한 정체성이다.

'뉴스데스크'가 살기 위해서는 경쟁자 교체나 파트너쉽에 대한 시너지를 기대하는 등의 본질을 벗어난 몸부림으로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기 보다는 환골탈태로서 프로그램 자체의 경쟁력을 재고해봐야 하고 진심으로 고뇌하는 보도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의외로 해답은 쉽고 가까운데 있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