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진환은 검사와 판사의 잘못된 법 적용으로 최소 3년 이상 일찍 출소해, 결국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엉터리 기소를 재판부는 알아차리지 못했고, 잘못된 판결이 나온 후 검찰은 항소조차 하지 않았다. 서진환이 제대로 된 법 적용을 받았다면 최소 2014년 11월까지 교도소에 있어야 했고, 중곡동 주부 살해 사건 역시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본지가 확인한 서진환의 2004년 서울 중랑구 면목동 성폭행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서진환이 이미 1997년 전남의 고향 마을 인근에서도 주부를 성폭행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판결에는 이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동종 전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전과가 제대로 적용됐다면 서진환은 최소 징역 10년 이상의 형을 받아야 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라 살인, 강도, 성폭행 등의 강력범죄에 대해선 형기를 마친 뒤 3년 이내에 동종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법에 규정된 형량(성폭행은 징역 5년 이상)의 2배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2년 출소해 2004년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서진환은 이 법이 적용돼 징역 10년이 되는 2014년 11월까지는 수감됐어야 했다.

그러나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서진환에게 특강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서진환을 기소한 검사는 서진환에 특강법이 아닌 일반 형법의 누범 조항을 적용했다. 일반 형법의 누범 조항은 '형의 장기(長期)에 대해서만 2배까지 가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진환이 받는 최소한의 형량(징역 5년)은 변하지 않는다. 검사의 잘못된 기소 내용은 당시 1심 재판부를 구성한 판사 3명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판사와 검사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서진환에게 잘못된 형량이 선고됐다는 사실은 당시 2심 재판에서 지적됐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심 재판부가 특강법을 적용하지 않은 잘못을 범하였고, 잘못된 법령 적용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서진환의 형량을 늘리진 못했다. 서진환은 항소를 했지만,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진환이 징역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야 하나,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에 따라 1심의 징역 7년보다 불리한 형을 선고할 수는 없으므로 원심과 동일한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은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고, 서진환이 항소했기 때문에 서진환에게 1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만일 검찰도 항소했다면 서진환의 2심 판결 결과는 징역 10년 이상이 제대로 적용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