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는 IT 분야 벤처 캐피털에서 이사로 근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이번에 장관직 제의를 수락하면서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미국 국적 포기 각서를 썼지만, CIA와 직무 관련성이 드러날 경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부딪힐 경우 김 후보자가 이를 잘 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이날 "김 후보자가 벨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된 지난 2005년 CIA가 설립한 '인큐텔'이라는 IT업체 창립에 관여하고 2005년까지도 이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했다.

2010년 11월 미국 포브스 지에 따르면, 인큐텔은 CIA로부터 매년 3700만달러가량의 기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특정 목적 투자회사로 실리콘밸리의 IT기업에 출자해 각종 보안 관련 기술을 개발토록 하는 벤처캐피털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인큐텔 창립 당시 미국 벤처업계의 전문가로서 참여한 적이 있으며, 인큐텔 이사를 지냈다"며 "하지만 그런 과거 경력이 장관직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 측은 이어 "대한민국에 봉사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 포기를 결정하고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 소장직을 사임했다"며 "만약 청문회를 통과하여 장관직에 임명된다면 오로지 우리나라의 국익만을 위해 업무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는 "인큐텔은 사실상 CIA의 방계 조직으로 미 정부 기관과 다름없다"며 "우리 정부의 핵심 과학·산업 기술을 다루는 부처의 수장이 될 자격이 있는지 심각하게 판단해볼 것"이라고 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최첨단 과학기술과 원자력·IT 등 산업 기밀을 다루고, 국무회의에도 참석해 국가 안보 현안 정보까지 취득할 수 있는 자리다.

한편 지난 17일 미국 국적 포기 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던 김 후보자는 18일 "가족의 국적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의 미국 시민권 포기에 대해 "아니다. 저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