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라토의 역사
파트리크 바르비에르 지음|이혜원 옮김
일조각|342쪽|2만원
"어린아이나 여자와 비슷한 성질의 목소리를 유지하도록 거세한 남자. 이탈리아에 많다." 18세기 프랑스 아카데미 사전의 정의처럼 카스트라토는 생물학적 거세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 소프라노나 알토 음역을 소화했던 남성 성악가들을 일컫는다. 공식 기록으로 1599년 교황청 성가대에 이탈리아인 카스트라토가 처음 입단한 뒤, 주로 종교음악을 부르다가 바로크 오페라가 만개하면서 오늘날의 대중음악 스타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 헨델이 영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면서 카스트라토의 인기도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무대에서 이들은 양성적 매력으로 관객들의 넋을 빼놓으며 '천사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무대를 내려오는 순간, 카스트라토는 '불구자'나 '거세한 식용 수탉'이라는 조롱에 시달렸다. 전설적 가수를 모델로 한 영화 '파리넬리'는 당시 카스트라토의 영욕을 잘 보여준다. 교황청이 카스트라토에 모순적 태도를 보였던 것도 아이러니였다. 한편으로 거세 수술을 행한 자를 파문한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 가수가 성가대나 극장 무대에 서는 것을 금지해서 결과적으로 카스트라토의 활동을 부추겼다. 카스트라토뿐 아니라 교황청과 극장의 역사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한 인문 교양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