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 가족·친지들이 오랜만에 만나 술 한잔 기울이는 가정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술잔 돌리기'는 각종 질병 감염의 원인이 되므로 삼가야 한다고 보건 당국이 당부했다.

보건복지부는 특히 우리나라 국민의 70% 정도가 보유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술잔을 통해 전염되는 가장 흔한 균이라고 밝혔다. 이 균에 감염되면 바로 위장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위 점막에서 장시간 기생하면서 위염·위궤양·위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 국립암센터 신해림 박사 팀은 남성 암의 25.1%, 여성 암의 16.8%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등 외부 감염으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했다. 암 환자 4~5명 중 1명은 '감염'으로 암을 얻고, 이런 감염 경로 중 하나가 술잔 돌리기라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술잔 돌리기는 A형 간염이나 충치균·구순포진 등 침을 통해 옮을 수 있는 각종 질병을 여러 사람에게 전달한다.

마신 술잔을 휴지로 닦거나 물에 한 번 담갔다가 돌린다고 해서 그 위험성이 줄어들지 않는다. 술잔을 휴지로 닦거나 물에 담그는 정도로는 감염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정훈 교수는 "특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항생제를 통해서만 죽지, 휴지로 닦거나 심지어 알코올 소독을 해도 잘 죽지 않는다"며 "술잔 돌리기는 곧 '질병을 선물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