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가 한을 담아 부르는 것이라면, 이 장르는 가수 간종욱(31)에게 최적화됐다. 2004년 알앤비(R.envy)라는 예명의 댄스가수로 데뷔한 이래 발라드 가수로 거듭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정규 2집 '십년도 모자라' 이후 2년 만에 싱글 앨범 '멍청아'를 내놓기까지 역시 고충이 컸다. 큰 반향 없이 2집 활동을 접은 그는 '드라마 OST 가수'라는 별명답게 '로열 패밀리'의 '지나간 바람처럼', '위험한 여자'의 '비가오나 눈이오나' 등 또 다시 드라마 OST를 불렀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건 음반이 히트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건강까지 나빠지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2011년 척추에 6개의 나사를 박는 수술 이후 그토록 좋아하는 운동은 먼 이야기가 됐다. 한 때 커다란 근육으로 몸 좋기로 유명했던 체중은 무려 20㎏이나 줄었다.
결국 간종욱은 가수 생활을 포기해야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앨범을 내게끔 기회를 준 것은 드라마 OST였다. 지난해 12월 종방한 MBC TV '메이 퀸' OST 수록곡 '39.5'가 대박이 난 것이다. 이 노래로 간종욱은 모바일 차트 1위를 처음 경험했다. "'메이퀸' OST 음악감독인 프라하(최완희)가 소속사 사장님이기도 한데 한번 불러보라고 해서 속는 셈 치고 했어요. 근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제 음반을 낼 수 있는 힘을 좀 얻게 됐죠."
자신과 같은 발라드 가수가 설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없어지는 요즘, 드라마 OST는 좋은 창구라고 판단했다. "음악 프로그램은 아이돌, 노래 경연 프로그램은 이름 있는 가수들이 나서는 상황에서 설 무대가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OST는 가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돌파구예요."
'39.5'를 돌파구로 삼아 내놓은 '멍청아'는 그룹 '신화'와 가수 조성모, 린 등과 작업한 작곡가 윤지웅씨의 곡이다. 간종욱과 그의 쌍둥이 형 간종우가 결성한 듀오 '제이투(J2)'가 작사했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간종욱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정통 발라드다. 또 다른 곡 '살아가' 역시 간종욱 보컬의 매력이 극대화된 발라드다.
"평소에는 유쾌한데 노래는 밝은 것을 못한다"며 웃었다.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노래에 한이 묻어나는 것 같다"면서 "더원, 임재범, 백지영 등 발라드에서 강세인 선배님들을 보면 역시 쉽지만은 않은 삶을 살았잖아요?"라고 반문했다.
인생을 달관하는 듯한 여유가 느껴진다. "한번에 성공하는 친구들에 비해 노래에 대한 자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지 알기 때문"이라고 눈을 빛냈다.
발라드의 가장 큰 매력은 무대 위에서 연기하기에 좋은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객석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노래할 때 내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어 좋다"면서 "가사에 묻어난 내 감정이 표출되는 느낌이 소중하다"고 전했다.
여름에 J2의 새 앨범을 내놓을 그는 올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단독콘서트를 열고 싶다. "무대가 크든 작든 중요하지는 않아요. 팬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토록 가수를 반대하던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무대다.
"2010년 쇼핑몰 무대였어요. 스피커와 MR이 튀기도 하고, 노래 부르기에 환경이 좋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불렀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현장에 오셨더라고요. 힘든 여건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진짜 노래하는 가수가 되라고 하셨어요. 아버지뿐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진짜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