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멀티플렉스 CGV 부천 2관에 '와이드 박스'라는 가로 폭 72㎝짜리 좌석이 등장했다. 체형이 크거나 짐이 많은 관객을 위해 기존 좌석보다 폭을 15.5㎝ 넓힌 것이다. 일반 상영관에 설치된 1인용 좌석의 가로 폭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영화관이 스크린 크기·음향·영사기술 등에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에 못지않게 극장 좌석의 '진화사(進化史)'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관 업계에선 컵홀더가 달리고 팔걸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영화관 의자'의 국내 대중화 시기를 1998년으로 잡는다. 서울 광진구 강변역에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CGV 강변이 문을 연 때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영화관에는 딱딱한 '강당 의자'가 있었다. CGV의 '영화관 의자'는 가로 폭이 53㎝였고, 종전 80㎝ 정도였던 앞뒤 좌석의 간격도 95㎝로 늘어났다.
이후 생겨난 멀티플렉스 간의 경쟁은 영화관 좌석의 진화를 이끌었다. 2000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들어선 메가박스 코엑스는 CGV보다 가로 폭이 3㎝ 늘어난 '56㎝ 좌석'을 설치했다. 앞뒤 간격도 105㎝로, CGV의 그것보다 10㎝ 넓었다. 메가박스는 6년 뒤에는 목동 M관에 국내 최초로 '양팔걸이 좌석'을 도입했다.
2006년엔 '커플석'이 등장했다. CGV 압구정이 극장을 찾은 연인들이 오붓하게 데이트할 수 있도록 좌석 양쪽에 작은 칸막이를 둔 것.
롯데시네마는 2007년 영화관 맨 앞줄 좌석에 발 받침을 놓는 것으로 응수한다. 발 받침 덕에 맨 앞줄은 거의 누운 자세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명당자리가 됐다.
영화관 좌석의 앞뒤 간격은 요즘에는 120~130㎝이다. 좌석 소재도 호피무늬 패브릭, 프랑스산 벨벳 등으로 고급화했다. 보통 10여개의 좌석을 한 덩어리로 붙여놓던 좌석 배열도 달라져, 이제는 2~4개 좌석을 한 묶음으로 만드는 영화관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