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경전철이 겨울철 폭설과 강추위가 몰아치는 이 지역의 기후 조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도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정부 경전철은 지난해 7월 1일 개통 이후 11번이나 멈췄으며, 특히 본격 동절기가 시작된 12월 5일부터 최근 한 달 새 결빙과 미끄러짐 등으로 5번이나 운행이 중단됐다.
그러나 ㈜의정부 경전철 측은 "차량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운영 미숙 때문"이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철도 전문가들은 지상 고가(高架)에서 운행하는 의정부 경전철이 도입 당시부터 의정부 지역의 겨울철 기후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로나 전기 공급장치가 얼어붙어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개통에 앞서 진행된 철도안전기술연구원의 시운전 시험에도 강설 시험이나 저온 시험 같은 기후 조건 테스트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준석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시험인증안전센터장은 "현행 철도안전법에는 부품에 대한 온도 시험은 있어도 완성차 시운전 시험에 강설 시험이나 혹한 시험 같은 기후 시험은 포함돼 있지 않아 문제"라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의정부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은 총 75일이었고, 12월 평균기온은 영하 2.4도, 1월 평균기온은 영하 8.8도였다.
지상 고가에서 운행하는 의정부 경전철에 고무바퀴를 쓴 것도 기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얼어붙은 철제 선로에서 고무바퀴는 철제 바퀴보다 더 잘 미끄러진다는 것이다. 경전철 제작사인 현대로템 관계자는 "선로에 눈이 쌓여 얼어붙으면 고무바퀴는 제동이 잘 안 된다"며 "겨울철 눈이 내리면 운행 환경이 더 안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가는 일반도로보다 온도가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의정부 경전철 최석준 부장은 "선로에 물기만 없으면 고무바퀴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히팅 케이블(열선)을 가동해서 눈을 녹이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1일 사고도 폭설이 내릴 것을 예상하지 못해 열선을 빨리 가동하지 않은 운영 미숙 때문이란 설명이다. 의정부 경전철은 소음을 줄이기 위해 고무바퀴를 썼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무관청인 의정부시는 사고 원인 규명 노력을 제대로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나수곤 의정부시청 경전철사업과장은 "의정부 경전철 측에 사고 원인을 보고하라고 했지만, 한 번도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 경전철의 최 부장은 "내부적으로 원인 분석을 하고 있지만, 빨리 정리가 되지 않아 아직 보고하지 못했다"며 "계속 보완 대책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