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경전철이 새해 첫날 아침부터 또 멈춰 섰다. 지난해 7월 1일 개통한 이후 11번째이며, 폭설과 강추위가 시작된 최근 한 달간 5번째다. 눈만 내렸다 하면 미끄러짐 현상으로 운행을 중단하는 일이 되풀이되자 시민들은 "경전철이 눈썰매도 아니고 불안해서 탈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정부 경전철 측은 1일 오전 7시 45분쯤 새벽부터 내린 눈으로 선로에 미끄러짐 현상이 발생해 탑석역-발곡역 사이 15개역 전 구간 운행이 4시간 넘게 중단됐다고 이날 밝혔다. 운행 중단으로 전동차 7개 편성에 타고 있던 승객 10여명이 역사에서 내려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었다. 전철은 사고 4시간 15분 만인 낮 12시쯤 운행을 재개했다. 의정부 지역 이날 최저기온은 영하 14도였고 오전 6시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의정부 경전철 최우석 팀장은 "제야 행사로 막차 운행을 오전 1시 30분까지 1시간 연장 운행한 뒤 시설점검을 마치고 오전 4시 히팅케이블(열선)을 재가동했지만 영하 14도의 강추위에 5c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면서 열선이 눈을 채 다 녹이지 못해 미끄러짐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최근 눈이 내리거나 강추위가 찾아오면 경전철은 어김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12월 5일에는 집전장치가 얼어 복구에 10시간이 넘게 걸렸고, 7일 전기공급장치 결빙, 14일 선로 결빙으로 인한 미끄러짐(slip) 현상, 30일 선로결빙으로 인한 운행 중단이 이어졌다. 선로 결빙과 미끄러짐 현상이라는 사고 원인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착공해 5700억여원을 들여 완공한 의정부 경전철은 독일 지멘스사 전동차와 무인 운행 시스템을 채택했다. 지멘스 경전철은 독일과 프랑스는 물론 미국의 시카고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똑같은 이유로 운행 중단 사고가 되풀이되는 데 대해 지멘스와 경전철 측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1일에는 "폭설이 내릴 것을 예상하지 못해 열선을 빨리 가동하지 않은 운영 미숙 때문"이라며 "집전장치에 눈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캡도 씌우고 눈을 쓸어줄 브러시도 장착해 기술적인 보완은 사실상 끝났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의정부 경전철은 아직 자체 기술진 외에 외부 철도 전문가의 진단과 점검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지하철 관계자는 "도시철도는 통상 영하 20도에서도 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설계되는 게 상식"이라며 "기온이나 선로 결빙으로 운행을 중단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철도 전문가는 "경전철 개통 후 첫겨울인 만큼 낮은 기온과 결빙 상태에서 운행 기준값 설정이 아직 불완전할 수 있다"면서도 "경전철을 계절적으로 쓰는 것도 아닌데 '동절기 무용론'이 나올 정도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