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7시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요리주점. 400㎡(약 120평) 규모 이 업소에선 7명 손님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서초구청 박용걸 금연관리팀장이 담배를 피우던 손님 신모(21)씨에게 다가가 "금연단속공무원입니다. 오늘부터 대형식당 안에서 담배 피우시면 안 돼요. 얼른 끄시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들은 "술집에서도 금연인가요?"라고 반문하며 계속 담배를 피웠다. 한 손님은 종업원에게 "××, (재떨이를) 가져오라면 좀 가져오라고!"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8일부터 150㎡(약 45평) 이상 규모 식당과 술집, 커피전문점 등 모든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제단속에 들어갔다. 대상은 전국 8만여곳. 이 음식점들에서는 실내와 차단된 밀폐 흡연실에서만 흡연이 허용된다. 정부는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7월부터 흡연자에게 과태료 10만원, 업주에게 1회 적발 시 170만원→2회 330만원→3회 500만원 과태료를 매길 예정이다.
이날 오후 8시쯤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선 광진구청 금연단속공무원들이 계도활동을 펼쳤다. 350㎡(약 105평) 규모 2층짜리 호프집에선 테이블마다 담배연기가 올라왔다. 공무원들이 담배를 피우는 손님에게 금연안내문을 나눠주자 "손님도 돈(과태료) 내야 해요?" "술집도 금연이에요?" 등 질문이 쏟아졌다. 오후 9시쯤 종로구 종각역 인근 호프집에서는 업주가 금연구역 확대정책 자체를 잘 모르고 있었다.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던 20대 남성 5명은 "재떨이 달라고 하니까 그냥 내주던데요?"라고 했다.
대부분 업주들은 금연 정책에 반발했다. 강남역 인근 호프집 한 업주는 금연단속원을 보자 "이렇게 추운 날 '담배는 나가서 피우셔야 해요' 하면 욕하면서 다른 가게로 가버려요"라고 항의했다. 종각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강모(41)씨는 "대책 없이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 다 망한다"고 했다. 또 다른 업주 이모(37)씨는 "손님이 담배 피우겠다고 하면 말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런 모습은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대구 남구 계명대 대명동캠퍼스 인근 돼지갈비집에서는 주인이 흡연하는 손님과 승강이를 벌이며 진땀을 빼고 있었다. 주인 곽씨는 "내년 6월 계도기간까지는 손님과 계속 싸울 것을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강릉의 한 대형횟집에선 전복껍데기·휴지·술병이 재떨이로 '재활용' 됐다. 인근 대형 횟집 주인 김모(48)씨는 "다른 가게에서는 놔두는데 왜 이러느냐고 하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상남동에서 300㎡(약 90평) 규모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8일 식당 내 재떨이를 모두 치우고 입구에 '금연 안내문'을 부착했다. 한 50대 손님이 "담배 피워도 되느냐"고 묻자 김씨는 "안 된다"고 답했고, 이 손님은 "너거가(너희가) 벌금 안 내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며 화를 냈다.
아예 식당 한쪽에 흡연실을 마련하는 업소도 생겼다. 서울 중구 음식점 을지면옥은 얼마 전 2층에 흡연실을 마련했다. 성인 남성 3~4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 공간에 간이 의자와 재떨이용 쓰레기통을 비치, 식사 도중 담배가 피우고 싶으면 들어가도록 했다.
금연구역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2014년 1월부터는 100㎡(약 30평) 이상 규모 음식점(15만 개소),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음식점(68만 개소)에서 흡연이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