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시청과 경기도 북부청사를 지나는 의정부 경전철이 총체적 난국을 맞았다. 지난 7월 1일 개통 이후 5개월간 7번(시험운행 포함 8번)이나 멈추면서 시민 사이에선 "우리가 경전철 운행 실험 대상이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사고 원인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불안해진 승객들이 경전철을 기피하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의정부 경전철 탑승객은 1일 평균 1만3000~1만4000명으로 당초 예상치의 15%에 불과하다.

지난 5일 오후 1시 40분쯤 경전철 10개 편성이 전면 중단되면서 승객들이 추위에 떨며 고가차도 선로 500여m를 이동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복구에 10시간이 넘게 걸린 이날 사고는 집전장치에 생긴 결빙 때문으로 조사됐다.

지난 5일 폭설로 의정부시청역에서 흥선역 방면으로 달리던 의정부 경전철이 갑자기 선로 위에서 멈추자 승객 수십 명이 퍼붓는 눈을 뚫고 선로를 따라 대피하고 있다.

지금껏 경전철은 사고가 끊이지 않아 '사고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지상 제어장치 중 신호 중계 장비에 이상이 생겨 첫 열차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경전철 측은 중계 장비 모듈을 교체하고 장애 차량을 리셋한 뒤 운행을 재개했다. 7월 8일, 14일, 9월 7일엔 전동차 부품 이상 때문에 멈췄다. 7월 8일엔 차량 제어 장치 및 과속감지 보드에서 이상이 발견됐고 7월 14일에는 비상제동 감지 장치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9월 7일 정차 사고는 전원공급 장치 이상으로 배터리가 방전되면서 발생했다.

하드웨어만 문제가 아니다. 10월 23일 17분간 발생한 정지 사고는 사전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운영요원이 지상 제어 장치를 리셋하지 않아 발생한 케이스였다. 지난 7월 7일에는 관제사의 운영 미숙으로 새벽 첫차부터 한 시간 동안 운행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충분한 교육과 검증 없이 졸속 개통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7년 8월 착공, 5700여억원을 투입해 5년여 만에 완공된 의정부 경전철은 독일 지멘스사의 전동차와 운행 시스템을 채택했다. 무인 운행 시스템인 지멘스 경전철은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제동장치가 작동해 선로를 운행하는 모든 전동차가 정지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독일과 프랑스, 홍콩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정지 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경전철 측도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철도 전문가는 "기관사가 없는 무인 시스템인 만큼 사고 방지를 위해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프로텍션(방어 장치)이 있는 것 같다"면서 "약간의 과전류가 흐르거나, 전압이 오차 범위를 조금만 벗어나도 기계가 바로 전동차를 세워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 시스템 자체를 100% 외국에서 들여온 토털 시스템이기 때문에 차량만의 문제인지, 신호·통신 등 타 시스템과 연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5일 두 돌이 채 안 된 아기를 안은 지인과 함께 경전철을 이용했다는 김은선씨는 "폭설로 도로 교통상황이 어려워 경전철을 이용했는데 출발 1분 만에 멈춰 섰다"며 "이렇게 불안한 경전철을 언제까지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의정부 경전철㈜ 관계자는 "무인 시스템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작은 에러도 전면 중단으로 연결돼 큰 사고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지금은 시스템 안정화 단계이기 때문에 조금 지나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