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은 인간이 지구에서 두 발을 딛고 사는 동안 항상 따라다니며 인간을 누르고 있다. 중력을 이기려는 노력은 무용(無用)하지만 숭고하다. 아르헨티나 출신 후안 솔라나스 감독의 SF(과학공상)물 '업사이드 다운'은 그 중력을 이기려는 사랑을 다뤘지만, 유감스럽게도 감동은 별로 없다.

위아래가 거꾸로 상반된 쌍둥이 행성엔 정반대의 중력이 존재한다. 예를 들자면 상부 세계의 인간이 하부 세계에 가더라도 그는 상부 세계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하부 세계에서 발붙일 수가 없다. 부유한 상부 세계와 가난한 하부 세계의 만남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두 세계가 가장 가까이 맞닿은 비밀의 숲에서 우연히 만난 하부 세계의 아담(짐 스터게스)과 상부 세계의 에덴(커스틴 던스트)은 사랑에 빠지지만 에덴이 사고를 당하면서 둘은 헤어진다. 아담은 에덴을 만나기 위해 특별 물질을 개발하지만 이마저도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한다.

상반된 중력의 두 세계가 맞닿아 있다는 설정이 기발하다. 중력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이용해 주름을 없애는 크림을 만들거나 반대 중력 때문에 소변 줄기가 천장으로 흘러가는 장면에선 재기가 넘친다. 상부 세계와 하부 세계가 맞닿은 전경이나 두 세계가 공존하는 비밀의 숲이 보여주는 웅장하고도 신비로운 비주얼 때문에 이 영화는 SF보다는 판타지처럼 보일 정도다.

시작은 이렇게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하다. 중력을 거스르는 사랑이란 자기 자신과 세계를 거부하는 사랑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남녀주인공은 이런 사랑을 하기엔 도무지 절실해 보이지 않고, 그 사랑의 결말도 급조된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들의 사랑을 이뤄주는 해결책이 예상외로 너무 쉬운 것이어서 다 보고 나면 지금까지 왜 그렇게들 고생했나 싶을 정도다. 기발한 설정과 몽환적인 영상은 관객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엉성한 이야기와 설득력 없는 캐릭터는 그 눈길을 끝까지 잡아두기 힘들어 보인다.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