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사가 11월부터 새로 출범하는 어린이 TV 연속극에서 선보일 최초의 히스패닉 공주의 혈통 논란을 해명하고 나섰다.

11월18일부터 디즈니 채널과 디즈니 주니어 채널에서 방영될 새 TV 영화 '소피아 1세: 원스 어펀 어 프린세스'의 새 주인공은 소피아란 이름의 히스패닉 공주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히스패닉 계열 단체나 지원 시민단체 등은 밝은 피부에 파란 눈을 가진 어린 공주가 히스패닉계 주민들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지 않다며 왜 디즈니사가 최초의 히스패닉 혈통을 가진 공주를 좀 더 제대로 표현하고 홍보하지 않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인 미 전국 라 라자위원회의 리사 나바레테 대변인은 "디즈니사가 전에 비해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에는 아메리카 원주민 공주,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주, 아시아계 공주 등을 만들어서 상당히 성공을 거두었고 엄청나게 반응도 좋았지만 요즘은 죽을 쑤고 있는 것 같다. 라틴 문화에 정통한 디즈니사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이에 관해 디즈니사의 '소피아' 공동제작자인 크레이그 거버는 19일 페이스북의 게시글을 통해서 "소피아는 동화 나라의 여러 혼혈로 탄생한 공주"라고 해명하고 소피아 공주의 부모는 스페인 왕국과 스칸디나비아 왕국을 염두에 두고 설정되었으며 공주는 브리티시제도의 형태를 본딴 가상의 "인종 혼합국가"인 엔챈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으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소피아 역의 목소리 배역은 '모던 패밀리'의 주연 배우이며 백인인 에어리얼 윈터가, 공주의 모친역은 히스패닉 드라마 '그레이스 애나토머'의 여우 사라 라미레스가 맡아서 더빙했다.

한편 전국 히스패닉 미디어 연맹의 이네스 곤잘레스 부회장은 22일 이 단체가 디즈니사와 만나 '소피아 1세'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디즈니 주니어 채널의 창작 프로그램 담당 부사장 낸시 캔터는 "소피아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다인종 세계를 그린 것이기는 하지만, 정확히 우리들의 세계 그대로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영화는 동화책 속의 세계의 옛날 이야기를 묘사해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캔터는 또한 하늘을 나는 말들, 선녀들이 운영하는 학교, 라틴계의 노래나 아프리카 촌락의 것과 같은 시장 등 상상의 산물들이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에는 스칸디나비아의 크리스마스 풍습인 와살리아, 아시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웨이 링 왕국도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20년 동안 자스민, 포카혼타스, 뮬란, 메리다, 티아나 같은 다양한 인종과 피부색의 공주들을 생산해온 디즈니사는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모두 상당한 흥행 성적을 올려 다인종 다문화 포용작전의 역량을 보여왔다.

그러나 히스패닉 혈통의 공주를 내세운 이번 시리즈를 두고 아무리 '복잡한 혈통'이나 '상상 속의 세계'라고 해명을 해도 영화 속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는 어린 소녀들의 실망감을 감안하면 차라리 '히스패닉 공주'다운 모습을 밀고 나가며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나을 거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