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이모(37)씨는 지난달 고향에 있는 한 대형 마트에서 아동용품을 샀다. 서울에 돌아와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가까운 지점으로 가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다른 지점에서 구매한 물건은 교환해 줄 수 없다는 것.

김모(30)씨는 건전지를 샀다가 규격에 맞지 않아 해당 지점을 방문해 교환을 요구했지만 영수증을 가져오지 않아 교환해 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포인트 카드를 사용해 구매 지점과 시기를 확인할 수 있지만, 영수증이 없으면 교환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7월 이후 대형 마트에서 구매한 물건의 교환·환불이 한층 어려워졌다.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들은 물건을 구입한 지점으로 가 반드시 영수증을 제시한 경우에만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바꿨다. 카드 결제의 경우는 카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 진열대.

대형 마트들이 교환·환불 규정을 강화한 것은 7월 1일자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 근거한 국세청 고시가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 고시는 현금 영수증 가맹점이 결제를 취소할 경우 승인 번호, 일자 등을 확인해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승인 번호가 지점마다 모두 다르고 구매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선 영수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영수증을 받지 않고 환불하면 판매자가 법을 어기는 셈"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고시를 만든 국세청은 대형 마트 측에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영수증 제출 여부나 다른 지점에서 구입한 물건의 교환·환불 등에 대해선 고시에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대형 마트 측이) 확대해석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승인 번호, 일자 등을 확인하라는 것을 대형 마트 측에서 반드시 영수증을 해당 지점으로 가져오라는 것으로 풀이했다는 것.

이씨는 "판매자의 편의만 고려해 법령을 공급자 중심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고 했다. 강화된 교환·환불 규정에 대해 고객 항의가 잇따르자 일부 대형 마트 지점에선 항의하는 고객들에게는 영수증 없어도 교환·환불을 해주기도 했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원칙이 강화됐다는 의미지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영수증이 없어도 구매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매장에서 판단해 교환·환불을 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대책이 나올 때까지는 소비자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