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가 들고 있는 이 약은 졸피뎀이라고 하는 수면 유도제입니다. 원래 불면증 환자가 잠을 잘 수 있게 약으로 복용하는 건데 요즘 엉뚱하게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음료수에 몰래 타면 티도 잘 안 나고, 게다가 약을 먹은 사람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고 합니다. 최윤정 기자가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직접 실험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6월, 27살 A양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이 권한 술을 마신 뒤 갑자기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A양이 잠들자 윤 씨와 동료 등 3명은 A양을 집단 성폭행 했습니다. 지난 8월엔 면접을 보러 온 20대 여성들에게 약물을 탄 커피를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두 사건의 피해 여성들이 마신 약물은 모두 같았습니다. 이처럼 '졸피뎀'이 성범죄에
악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졸피뎀이 들어있는 음료로 신경과 전문의와 함께 실험해봤습니다.
약간의 쓴 맛이 나긴 하지만 알아채지 못할 정도입니다. 15분 만에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인터뷰] 주종규 / 신경과 전문의
"숙면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깊고 편한 잠을 자는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거고요.조금 흔든다고 해서 바로 깨진 않을 수 있는 거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약을 먹은 뒤 기억이 끊기기도 합니다. 잠을 깨우도록 해 몇 가지 질문을 받아봤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최윤정이요.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병원이요. 제가 덩치가 크니까 약이 적은 것 아닐까요?"
잠시 뒤 조금 전의 상황이 기억나는지 묻습니다.
"(기억 안 나세요?) 절 깨우셨다고요? (네, 제가 깨워서 성함도 여쭤보고 생년월일도 여쭤봤는데, 기억 안 나세요?) 네"
약을 복용한 지 7시간여가 지났습니다. 이젠 약효가 완전히 사라졌는데요, 이렇게 당시 제 모습을 봐도 그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성범죄에 악용된다면 피해 여성은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 할 수 있단 얘깁니다.
[인터뷰] 김재성 / 광주 서부경찰서 강력3팀장
"피해자들에게 동영상을 확인시키니까 그때서야 피해자들이 내가 피해를 당했구나라고 깜짝놀라고"
졸피뎀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지만 최근엔 중국에서 몰래 들여오거나 인터넷을 통해 졸피뎀 카피약이 유통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낯선 이가 건네는 음료,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하겠습니다.
TV조선 최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