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사상 최대의 중국 문물전(展)이 광주에서 열린다.
국립광주박물관(과장 조현종)과 중국 절강성박물관(관장 진호)이 한중 수교 20주년과 양 박물관의 자매관 교류 5주년을 기념해 25일부터 두 달간 선보이는 특별전 '절강성의 보물'이다.
지난 2010년 양 박물관이 상호 교환전시에 합의한 뒤, 2년여 자료조사와 유물선정, 준비기간을 거쳐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는 절강성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엄선한 대표 유물 200점이 선보인다.
김희정 학예연구사는 "이번에 전시되는 '천하제일 강남명품' 200점 가운데는 중국에서 해외로 반출될 수 있는 유물 가운데 최고품인 1급유물 40점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절강성(浙江省)은 중국 동남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총면적은 중국 국토의 1.1%에 지나지 않으나 중국 안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 사계절이 뚜렷하고 양자강과 동중국해에 접한 천혜의 자연조건에 힘입은 풍부한 물산과 경제력은 다양한 문화유산과 수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1127년 여진족에게 쫓겨 내려온 송(宋)은 지금의 항주인 임안(臨安)에 수도를 정하고 남송(1127~1279)을 재건하면서 고유의 귀족문화를 꽃피우기도 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절강성의 대표 유물 가운데는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명물들이 적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유물은 세계 최초로 벼를 논에서 재배한 '하모도 유적'. 7000년 전(기원전 5000년경) 신석기문화를 대표하는 벼농사 유적으로, 동북아 벼농사의 기원을 살필 수 있다. 하모도 문화와 함께 신비로운 백옥기로 유명한 5000년 전(기원전 3000년경)의 '양저문화' 유물들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한 칼 한 자루가 선보인다. 춘추전국시대 절강성 일대에서 패권을 다투던 오(吳)와 월(越)의 역사에서 유래한 고사성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 구천(句踐)의 증손자 주구(州句)가 이 칼의 주인이다. 중국 최고의 명품으로 알려진 이 칼의 칼날 양면에는 동심원 11개가 장식돼 있고, 한 면에 독특한 조전체로 '월왕주구자작(自作)용검'이라고 새겨져 있다. 칼집은 흑칠이 된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표면에는 뱀을 쥐고 있는 신선이 붉은 칠로 그려져 있다.
'절강성의 불교'(제3부)에 전시된 항주 '뇌봉탑' 출토 유물에서는 중국 남방불교 최대의 발굴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제4부 '청자의 본향'에서는 세계 최초로 청자를 생산한 절강성의 대표적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원시자기에서부터 명대 용천요 청자까지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월요청장 '퇴소관'은 무덤의 부장품으로 만들어지는데 집·사람·짐승 등의 독특한 조형이 가미돼 이채로운 중국문화를 느낄 수 있다.
명대의 심주(沈周)·장굉(張宏) 등을 중심으로 한 '오파'를 비롯, 남북종화론을 내건 동기창(董其昌), 청대의 정통파 왕휘(王翬), 개성 짙은 '팔대산인' 등 명·청대 회화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는 '중국회화 500년'도 눈길을 끈다.
조 관장은 "절강성에서 꽃핀 7000년의 방대한 중국 문물을 망라해 기획한 국내 최대규모의 특별전"이라며 "화려하고 깊이 있는 문화예술의 정수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이자, 한중 문화교류에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