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드문 성남 중동 '홍등가'

7일 오전 10시께 경기 성남시 중동 지하철 8호선 신흥역 2번 출구 앞. 잘 정돈된 거리 뒤편으로 낡은 건물들 사이로 '홍등가(성매매집결지)'임을 알리는 '청소년출입금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인파로 북적이는 역 출입구 쪽 거리와는 달리 한산했다.

120여m 가량의 좁은 골목길 양쪽에 성매매업소 70여 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낮시간임에도 가려진 커튼 사이로 붉은 빛이 새 나오는 곳도 있었다. 20여 곳의 점포에 '임대 문의' 딱지가 붙었고 성매매업소가 떠난 자리를 무속인의 점집이 채운 곳도 많았다.

홍등가 주변을 감싸고 60여 개 남짓한 모텔과 여인숙 등의 낯 뜨거운 간판도 즐비했다. 한 숙박업소 업주는 "객실 절반 가량은 장기투숙 여성"이라고 귀띔했다. 중동홍등가는 지난 1997년부터 서울의 성매매 업소가 경찰의 단속을 피해 하나둘씩 내려와 자리를 잡으면서 2004~2005년 100곳 이상이 성업하는 거대 집결지가 됐다. 이듬해 이 일대 주민들이 '자발적 정비'를 통한 집창촌 폐쇄를 추진하면서 주춤했으나 최근 지지부진한 재개발에 변칙적인 성매매업소가 다시 홍등가로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서 10여 년 이상 장사를 한 상인은 "홍등가 내 주점은 방석집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알려줬다.

이 같은 움직임에 '홍등가 폐쇄' 압박도 거세지고 있는 추세다. 홍등가에서 200~300여m 떨어진 곳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입주가 시작됐고 이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있는 S초등학교 학부모들도 어린이보호구역(300m 이내) 내 형성됐다며 반발이 큰 상황이다. 입주민 J(43)씨는 "지하철을 타러 가려면 이곳을 지나야 하는데 아이들 보기도 민망하다"며 "시와 경찰이 집창촌이 불법인지 알면서도 방치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홍등가 일대를 허물고 '주상복합단지' 개발을 추진 중인 '도환중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에게도 홍등가는 골칫거리다. 홍등가의 세가 확장되면 향후 공사 시행 때 성매매업소 및 여성 반발이나 보상비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건설경기 침체로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시공사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라며 "공사가 지연될 수록 중동 일대의 상권 부활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합은 홍등가 일대 재정비계획은 76%의 주민 동의율을 보인 만큼 사업 진행에는 무리가 없지만, 건설경기 회복 시점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6만8000㎡ 규모의 사업구역 내 최대 40층 높이의 아파트 1600가구와 오피스텔 720실, 상가 등을 지을 예정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성매매집결지를 하루빨리 정비해 달라는 민원이 많지만, 강제적으로 정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는 성매매여성 피해 지원 및 재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집결지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 모두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자연적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중동 홍등가의 경우 건설경기 침체로 정비계획이 난관에 부딪혔지만, 그나마 다른 집결지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도내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인 수원역앞과 평택 삼리 등의 경우 아예 정비계획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수원과 평택에 민자 역사가 들어서면서 집결지 정비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해당 지자체는 뒷짐만 지고 있고, 주민제안에 의한 정비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해당 지자체와 경찰이 '이벤트성' 정비계획을 수립하는데 그치고 강력한 단속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성매매집결지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성단체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 도와 경찰,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 도내 5개 지자체 등은 지난 2006년 유관기관 협의를 갖고 집결지 정비계획을 수립키로 했으나 지난 6년동안 성남시를 제외하면 자체 정비계획을 수립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심지어 지속적으로 열기로 한 유관기관 협의회도 첫 회의 이후 2008년까지만 열렸다.

도 관계자는 "성남시에서 추진한 주민 제안에 의한 자체 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개발 권한을 가진 해당 지자체에서 의지를 갖지 않으면 힘들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협의회가 열리지 않은 것은 정부방침이 폐쇄에서 탈성매매 유도로 전환된데 따른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도시재정비 계획수립이 선행된 뒤 탈성매매 유도로 '자연 도태'시켜 나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민수홍 교수는 "강력한 법 집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작정 폐쇄하면 '해외 원정성매매'나 신·변종 성매매 등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종사자 여성들이 합법한 영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재사회화할 수 있는 대책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찰청이 파악한 도내 성매매집결지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현재 6곳에 361명의 여성종사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6년 1000여 명에서 6년만에 3분의 1로 줄었지만 신·변종 업소가 느는 추세다. 경찰은 지난 2010년과 지난해 성매매집결지 단속에서 불법 성매매 250건 호객행위 139건 등 모두 389건을 적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