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과 EBS 간 '70% 연계 정책'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과목은 외국어영역이다. 외국어영역은 언어영역과 달리 제시문 자체가 문제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EBS 교재로 공부한다는 건 실제 수능 문제를 미리 보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 아래 표는 지난해 EBS 교재 중 그해 6월·9월에 치러진 한국교육평가원 주최 수능 모의평가(이하 '6월 모평' '9월 모평')와 실제 수능에 출제된 제시문 개수를 각각 정리한 것이다.
표에 따르면 '330제'와 '수능완성'은 6월 모평 이후 출간되므로 6월 연계 교재에서 제외된다. 상대적으로 지문을 덜 '소진'한 교재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9월 모평과 수능에서의 출제 비중은 당연히 커진다. 결론적으로 '수능특강'도 중요하지만 '330제'와 '수능완성'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난이도가 높은 '330제'의 중요성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생기는 궁금증은 시험에 나온 제시문이 원래 EBS 교재엔 어떤 유형으로 실려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최근 2년간 치러진 6·9월 모평과 수능 사례를 집계하면 다음과 같다.
위 표를 살펴보면 '주제·제목·요지·주장 찾기'와 '빈칸 완성' '어법·어휘' 문항 관련 지문이 많이 출제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다음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주제·제목·요지·주장 찾기와 문단 요약 등) 대의 유형이 출제되는 제시문은 논리가 분명한 논설문인 경우가 많으므로 빈칸 완성이나 논리 구조 등으로 형태가 바뀐 채 자주 출제된다. 둘째, 빈칸 완성형 제시문이 많이 출제되는 건 '수능 출제 원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실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놓은 '수능 출제 매뉴얼'에 따르면 빈칸은 주제(요지)나 그와 밀접한 세부사항에 두도록 규정돼 있다. 다시 말해 빈칸 완성형 제시문은 원래부터 주제(요지)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셋째, 어휘 문항은 엄밀한 의미에서 독해 문항이 아니므로 어떤 유형의 독해 문제로도 쉽게 변형될 수 있다.
EBS 교재 제시문이 실제 시험과 연계된다고 해서 문제 유형까지 똑같으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주제 찾기' 유형에서 맞혔던 지문도 '빈칸 완성' 유형으로 바꿔놓으면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어려운 제시문 자체를 다시 분석하는 게 좋다. 빈칸 완성형 문항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주제어나 핵심 세부사항 등에 빨간색 빈칸을 만들어 잘 보이게 해보자. 내용의 주요 흐름을 구성하는 어휘는 어법·어휘형 문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놓는 게 좋다. 눈으로 훑으면서 해석이 제대로 안 되는 부분은 실제 시험장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별표 표시해뒀다가 온·오프라인에서 질문하도록 한다.